익산시의 신청사 신축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중대 현안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익산시청은 이미 소규모 지진의 여파에도 대형 재난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낡았으며 더 이상 땜질식 보강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에 내몰려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청사 건립은 정치권을 막론하고 익산시민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국토부의 노후 공공건축물 리뉴얼 사업에 익산시가 선정된 건 지지부진하던 신청사 건립에 물꼬를 튼 일이었다. 거듭된 논란과 갈등을 야기하면서 지연된 신청사 건립에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제시된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신청사 건립을 가로막아온 것과 같은 이유로 또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시간이 흘러도 되풀이되는 갈등은 지역사회가 퇴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무지해서가 아니라 지극히 무심한 탓이다.

논란은 신청사 건립 대상 부지와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의 문제로 압축된다.

현재 익산시는 현 위치에 다시 신청사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과거 익산군과 이리시의 통합 당시에 약속했던 북부권 신청사 건립 약속을 깨뜨리겠다는 입장이다. 북부권 주민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문제를 두고 익산시의회에서 상반된 입장이 격돌했다. 김주헌 의원이 신청사의 북부권 이전을 주장하자 박종대 의원은 현 위치를 고수해야 한다고 맞섰다. 상반된 주장이 평행선을 그리며 논란으로 번졌다.

비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신청사 건립에 국비의 지원 유무에 대한 것에서 시작해 민간사업자인 LH에 제공해야 하는 익산시의 재산과 개발이익 등에 대한 타당성 논란이 그렇다. 익산시가 직접 개발에 나서는 것이 이익이라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런 현상은 지역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익산시의 중대한 현안이기에 적절한 논란을 거치는 것은 필수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익산시가 논란을 대하는 모습은 무심함 그 자체다.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현 계획만을 강조하는 자세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불필요한 지역적 갈등이 유발되고 선거와 맞물려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재생산되고 있다.

신청사 건립에 앞서 마땅히 해야 할 논란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탓이다. 북부권 주민들에 대한 설득과 사업 추진 과정의 투명한 공개 및 여론 수렴은 지난한 과정일지라도 꼭 필요한 일이다.

논란과 갈등이 촉발되면서 상처투성이의 신청사 건립이 추진되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 일방적인 추진은 근간부터 균열을 지닌 청사를 짓는 일이다. 시민 모두가 만족하는 신청사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의 지혜를 모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