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며 떠들썩한 축제가 치러지는 분위기다. 색색의 현수막과 개성을 뽐내는 유세차량, 곳곳에서 마주치는 선거운동원들의 율동에서 본격적인 선거판 분위기가 물씬 풍겨온다.

거리의 후보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당선돼야 할 이유를 내세운다. 스포츠로 비유하면 경쟁자보다 돋보일 수 있도록 모든 기술을 쏟아내는 셈이다. 시민들은 그런 후보자들의 비전과 공약에 점수를 매기며 표를 누구에게 줄 것인지 고민한다. 물론 평소 행실도 선택의 잣대가 된다.

그러나 축제가 돼야 할 선거판이 점점 진흙탕이 되고 있다. 후보자들에 대한 비방이나 모략 등 흑색선전이 난무한다. 순식간에 누가 일을 잘 할 것인지 뽑는 선거에서 누가 되서는 안 된다는 선거로 변해버렸다.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넘어선 이러한 현상은 특히 온라인에서 심각하다. 대부분 한 후보의 지지자들이 경쟁 후보를 비하하는 내용이 넘쳐난다. 지지하는 후보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기 급급하다. 가장 치열하고 관심도가 높은 익산시장 선거에서 그런 모습이 두드러진다.

김영배 후보의 경우 석재산업 경영자 출신인 것부터 시작해 소유한 재산이 많고 도의회 5분 발언 횟수가 적은 것도 심각한 결격사유인 것처럼 다뤄지며 마구 유통되고 있다. 심지어 김 후보가 소속된 정부 여당을 적폐 세력으로 규정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정헌율 후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년 전 열린 총선 과정에서의 토론회 발언이 갑자기 유포되기 시작하면서 마치 정 후보가 농민과 공무원을 비하하는 것처럼 매도되고 있다. 인재영입 관련 거짓말 논란도 끄집어냈다. 정 후보 발언의 일부분만 떼어 파렴치한인 것처럼 몰아간다.

이런 넘쳐나는 흑색선전은 합리적인 근거 없이 단지 불쾌감만을 덧씌우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속이 빤히 드러나 보이는 이런 선거공작은 익산시장 적임자를 가려내는 데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정치 혐오만 키울 뿐이다. 심지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도 도움 되지 않을 미련한 짓이다.

이러한 망동의 가장 큰 책임은 사실상 후보자들에게 있다. 앞에서는 정책선거를 약속하고도 서로 헐뜯고 비난하기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 끝에 열렸던 토론회가 기대만큼 달갑지 않게 다가온 것도 그러한 이유다. 양 후보자들은 익산시를 위한 비전을 두고 겨루는 것보다 말꼬리를 잡고 상대방을 힐난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커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토론의 수준에 시민들은 황당한 눈빛이 역력하다.

이렇게 후보자들의 앞뒤 다른 모습이 그대로 온라인상의 흑색선전으로 연결된다. 본인이나 캠프가 관련되거나 원하지 않은 일이었더라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들의 흑색선전을 막기 위한 노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혹은 지지자들이 벌이는 흑색선전이 통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시민들은 이미 흑색선전을 이용하는 선거를 구태정치의 산물이자 적폐로 인식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정책과 진심을 담은 선거문화를 선도하는 것이 곧 시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추악하고 어두운 그림자의 유혹을 과감히 물리치고 공평하고 떳떳한 광장에서 시민들을 만나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