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국체전 손님맞이에 분주한 익산시가 2016년 이미 전국체전을 대비한 공영주차장 조성계획을 수립하려 했다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닥쳤을 때에 비로소 움직이는 복지부동 행정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용역은 완료 예정일보다 1년 이상 지연되다 2017년 12월에야 결과를 내놨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전국체전과는 아무 상관없는 용역이 되고 말았다. 용역을 토대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예산을 반영할 시간적 여유가 지나 버렸기 때문이다.

당연히 익산시는 전국체전을 대비한 공영주차장을 단 1곳도 조성하지 않았다. 그럴 거면 수천만 원을 들여 용역을 진행한 이유는 무얼까 묻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다. 미래를 내다본 선제적 행정이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행정이 되는 순간이다.

더구나 해당 용역에는 전국체전 개폐회식 대비 주차대책까지 마련돼 있지만 담당 부서에서는 관련 내용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반응이다. 기껏 세워놓은 대책도 활용하지 않은 것이다.

또 용역 결과에는 시기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대책까지 담겨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12월에 발표됐는데 같은 해 1월에 시작해야 하는 정책이 제시돼 있는 것이다.

타임머신이 없으면 하지 못할 불가능한 정책을 제시한 셈이다. 행정은 이런 문제점이 있는 용역결과를 그대로 받은 것은 물론 준공금도 재깍 지급했다.

무용지물 용역에 혈세 수천만 원이 낭비된 사례다. 행정에 용역편의주의가 만연한 탓이다.

용역은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함이지 행정을 편리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용역은 시작부터 결론 도출, 그리고 최종적으로 정책에 반영돼 쓸모 있게 쓰일 때에만 비로소 낭비가 아니게 된다. 용역행정에 더 이상의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