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을 대표하는 국가무형문화재가 하나를 이뤄 시너지효과를 발하는 통합, 변변치 못한 시설에 머무르며 무관심 속에 근근이 연명해 온 무형문화재 전수기관들을 위한 그럴듯한 보금자리, 시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체험·공연 등을 통한 익산 무형문화유산의 명실상부한 랜드마크.

지난 2016년 9월 22일 문을 연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관이 품었던 원대한 꿈이다.

하지만 10개월이 다 돼가는 시점의 현실은 그야말로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그간 익산시가 해온 것은 국가무형문화재인 이리농악과 이리향제줄풍류의 입주, 그리고 당초 계획에 없었던 익산시립풍물단의 입주가 전부다. 계약직 직원 1명을 배치한 것은 차마 관리라고 하기도 부끄럽다.

거창한 꿈을 꾸며 예산이 82억원이나 들어갔는데, 현실은 그저 보기 좋은 다세대주택에 세입자들이 입주만 한 꼴이다.

현재 전수관의 모습은 그들의 연습실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 안내나 유인물, 이리농악이나 이리향제줄풍류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물은커녕 화이트보드에 매직으로 써 있는 시간표가 전부다. 그마저도 지하1층에 있다.

더 큰 문제는 시립국악원이다.

당초 시립국악원을 짓겠다고 시작됐던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원장조차 없이 사무원 1명과 필요에 따른 시간강사로 시립국악원을 운영한다는 얼토당토 않은 계획을 익산시가 내놓으면서 관련 조례는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그 결과 우선적으로 입주했어야 할 시립국악원은 아직 설치조차 되지 못한 상태다.

‘이래서야 어디 정치인들 낯내기에 불과한 헛돈 쓴 건물이지, 어딜 봐서 통합이고 전수교육이냐’는 지적이 절로 나온다.

무형문화재단체들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문화관광과와 통합전수교육관 관리를 맡고 있는 역사문화재과의 핑퐁, 그리고 무관심과 탁상행정이 근원적인 문제다.

특히 전수관 운영방향과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는 운영위원회를 꾸려 놓고도 여태까지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는 것은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내가 지은 건물이 아니니까, 내가 사는 집이 아니니까’ 등의 안일한 생각에서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게 행정인가.

82억원은 시민들이 낸 세금이고, 전수관을 통해 꿈꿨던 바를 실현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담당 공무원들이 받는 월급 역시 시민들이 낸 소중한 세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