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폐석산 사태, 거짓 해명, 대기발령, 무단결근 등등.

한때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4급 서기관이 홀연히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이렇다 할 혐의가 없다는 사법적인 판단이 행정적인 판단마저 앗아가 버렸다.

애당초 금품을 수수하는 등의 불법이 없는 한 사법적인 잣대로는 책임을 지우기는 어려운 사안이었다.

하지만 행정적인 제재는 충분히 가능했고, 반드시 책임규명이 이뤄져야 하는 중대 사안이었음은 틀림이 없다.

익산시는 자체감사를 통해 조직적·관행적 불법 행태를 행정이 단순 방치 수준을 넘어 적극 조장한 점을 여실히 밝혀냈다. 하지만 그 후속조치는 수사를 이유로 뒷전이 됐다.

그리고는 사태의 경중에 있어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던 자는 이제 자유의 몸이 됐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함이 마땅하기에, 그 무게는 이제 남은 자들의 몫이 됐다.

결정권자는 이제 어쩔 텐가. 대장은 면죄부를 주고 쫄짜를 벌할 텐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키 어렵다. 특히 결정권자인 시장은 ‘공무원의 결과책임’과 ‘익산시의 무한책임’을 주민들 앞에서 당당히 천명했지 않은가.

대기발령 조치된 4급 상당의 고위간부에게, 그래서 마음고생이 누구보다 심했을 그에게 이제 더 이상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하다는 게 공직사회 분위기의 주류이기 때문이었다면, 단언컨대 익산시는 절대 청렴한 도시가 될 수 없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말년이 되면 어지간한 잘못을 해도 ‘적당히 버티다 명퇴하면 된다더라’라는 의식구조가 집단 내 팽배해진 후에, 과연 어느 누가 이를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특히나 현재 익산시에는 공로연수를 눈앞에 두고 부정을 저질러 구속된 고위간부가 또 있지 않은가. 게다가 시장 본인에게마저 사법당국의 시선이 쏠리고 있지 않은가.

결정권자인 시장은 자신이 누차 강조해 왔던 것처럼 일벌백계로 기강을 바로 세웠어야 한다. 동시에, 시청 안팎에서 나돌고 있는 흉흉한 분위기에 대응해 ‘나는 남들이 수군거리는 그런 범법자가 아니라, 오로지 청렴 하나로 살아온 사람이다’라는 것을 자신 있게 알렸어야 맞다.

지나간 버스다. 이미 자유의 몸이 된 자를 데려다 책임을 지울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이번을 반면교사 삼아 부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직기강을 바로세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