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공세에 점차 쇠락해가는 전통시장을 살리는 것은 국가적 목표이며, 익산시도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바다. 지역사회 경제의 버팀목이 소상공인이며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고파는 전통시장은 그러한 의미에서 필수적으로 살려야 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도 그러한 취지로 국비를 투자하며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 애를 쓰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문화관광형전통시장육성사업 등 여러 사업도 그런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익산시에도 그러한 기회가 찾아왔다. 2016년부터 3개년 간 중앙동 중앙, 매일, 서동시장에 국비 50% 포함 최대 18억 원이 투입돼는 육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서히 그 효과가 발생하며 최근에는 문화와 관광을 접목한 젊은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22일부터 시작한 ‘야시장’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호응을 얻으며 계획된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익산시 자체 예산으로 연장할 계획일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에 취해 있을 때 정작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발로 뛰었던 청년들과 청소년들은 부당한 처우에 상처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을 살리고자 하는 단순한 목적에도 운영과정에서 소위 ‘갑질’이 끼어든 것이다.

청년들을 찾아가 함께 행사를 만들어보자는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 측은 막상 행사가 진행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무리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약속했던 운영이 아니라 시설제작과 관리, 홍보와 섭외까지 청년들이 도맡아 행사를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서류와 보고서 작성까지 떠맡으며 예정에 없던 평일근무까지 해야 했다. 게다가 행사 진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품도 지원해주지 않아 사비로 충당해서 써야 했다.

그뿐만 아니다. 사업단은 지역 내의 청소년 공연팀들과 8주간의 공연계약을 맺었지만 학생들을 열악한 환경에 방치했다. 아이들은 기본 시설도 없는 시장바닥에서 먹을 물도 없이 공연을 했고 부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업단 측은 상해보험 등의 준비도 없이 아이들을 데려다 원하는 의상과 공연을 종용하기 바빴다. 약속했던 기간도 못 채우고 2주간의 공연 끝에 사업단은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내쫓아버렸다.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취지였다. 지역 내 청년들을 참여시킨 것은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청년들이 지속적인 참여로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고 설명한다. 아무리 그렇다한들 청년들과 청소년들을 부속품처럼 부려먹으면서까지 시장을 살려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막대한 세금이 투자되는 사업인 만큼 정당한 계약을 맺고 잘 짜인 기획을 추진해야 마땅하다. 이벤트의 특성상 의외의 일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담보하면서 면밀히 추진해도 모자랄 일을 주먹구구로 추진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함께 해보자’라는 구두계약으로 청년들과 청소년들의 순진한 믿음을 얻은 다음 마음껏 부려먹고 이용하는 것을 요즘 말로 ‘갑질’이라고 부른다. 그를 통해 시장상인들의 얼굴엔 간만에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을 수 있겠지만 그만큼 청년과 청소년들은 ‘헬조선’이라는 이름의 절망을 겪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