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대표로 선출된 한 시의원이 다분히 개인적인 감정을 이유로 조례 개정에 나섰다. 그리고 강원도 연수를 떠났던 시의원들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단체로 개정안 발의에 동의·서명했다.

개정된 것은 지역 언론에 대한 예산운용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는 이른바 ‘언론조례’다.

개정안을 발의한 시의원은 얼마 전 자신과 관련해 허위보도를 한 주간신문사를 대상으로 언론중재위에 구제신청을 했고 경찰에 고소도 했다.

그러고 괘씸한 언론 행태를 바로잡는답시고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번만이라도 걸리면 예산지원을 제한하겠다는 엄포성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그 취지는 옳지만, 수단이 과하다. 게다가 동기가 불순하다.

지역 언론이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를 위해 더욱 노력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표면적으로 내세운 개정 취지이지만, ▲정정보도 또는 손해배상의 경우 5년 ▲이와 관련해 벌금 이상 형이 확정된 경우 10년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경우 20년 동안 지원을 제한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과하다. 공직선거법 등 자격정지 내용이 규정된 그 어떤 법도 이러한 수위의 제한은 없다.

과도한 제재로 헌법상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지원예산을 담보로 언론의 비판적 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개정 움직임에 지역 언론계가 들썩이고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자 발의의 주인공은 “이미 동료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발의를 한 입장이니 조례안 예고기간 중 이의를 제기하면, 그리고 이의를 받아들여 해당 상임위인 기획행정위원회가 심의하면, 그 결과를 두말없이 받아들이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후 시청 출입기자단 차원의 이의가 정식으로 제기되자, 그는 익산시청 프레스센터를 찾아 기자들에게 “관련 없는 기자들까지 신경을 쓰게 해 죄송하다”면서 익산의 한 주간지 기자와 기사로 인해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스스로 과도한 제한을 인정했고, 동기의 불순함도 시인한 셈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자단의 요구사항은 외면했다. 잘못을 인정한 만큼 책임 있는 자세로 개정안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묵살됐다.

그러면서 그는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고, 결과적으로 지역 언론들은 실컷 농락당한 채 뒤통수를 제대로 맞게 됐다.

그러자 이에 영혼 없이 동조한 나머지 의원들은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논란이 불거지고 지역 언론계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새어나오자 일부 의원들은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버스에서 하라고 해서 내용을 잘 알지도 못하고 그냥 동의했다’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이는, 시민이 부여한 신성한 입법권의 남용이다. 발의한 쪽은 사적인 감정으로 권한을 휘두른 점에서, 영혼 없이 동조한 쪽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무지 상태에서 허투루 그것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바야흐로 지방분권의 서막이 열리고 있는 시기다. 중앙정부의 권한이 이양되면 그에 수반되는 책임 역시 뒤따른다. 발의 의원의 말마따나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에 책임이 수반되는 것과 같다.

다분히 개인적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분노조절장애인 것인 마냥 입법권을 남용하는 자와, 자신의 서명과 의사표시가 자신을 선택한 수백의 시민들의 생각을 대표한다는 기본 중의 기본마저 내다버린 자들에게 지금보다 더한 권한이 주어진다면 결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분노조절장애, 그리고 주제파악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의원들에게 촉구한다.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기를. 자신이 풀뿌리 지방자치의 성공적인 안착을 열망하고 기대하고 있는 시민들의 부름에 온전히 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