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혁신도시에 KTX역을 신설해야 한다는 허황된 주장이 다시 지역사회를 혼란케 하고 있다. 국가기간교통망인 고속철도를 장난감 기차놀이를 하듯 놓느니 마느니 늘어놓는 가벼움에 씁쓸함을 감추기 어려울 지경이다.

KTX혁신역은 이미 논란이 끝난 이야기나 다름없으니 다시 이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의도부터 의심스럽다. 2015년 KTX익산역을 혁신도시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불거졌을 당시 이미 국토교통부 등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천명하며 KTX혁신도시 역은 헛된 망상쯤으로 치부됐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당연한 결과였다. 국가교통망계획에 따라 KTX익산역을 거점으로 주변 주요 도시와 연계하는 것이 효율과 안전성 측면에서 타당하다는 결론이 이미 내려졌기 때문이다.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혁신도시와 익산역을 연계하는 전북권 도시철도망 구축 등 교통체계 구축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KTX혁신역 계획은 이미 폐기처리 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무슨 연유로 불필요한 소모성 논란이 다시 이는 것일까. 문득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완주군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안호영 국회의원이 KTX혁신역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에서 이번 KTX혁신역 논란에 다분히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완주군에 속해 있는 혁신도시 주민들에게 KTX역은 구미가 당기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고속열차를 집 앞에 세운다는 데 어느 누가 찬성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자기만 좋으면 된다는 지역적 이기주의를 자극하는 공약은 또 다른 폐해를 낳기 마련이다. 실제 논산시와 세종시에서도 KTX역 신설 움직임이 있어 고속철도가 ‘저속철’이나 ‘누더기철’이 될 우려마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KTX혁신역 논란은 일부 정치인들의 삿된 마음에서 비롯해 인기를 끌어보자는 ‘표풀리즘’에 불과하다.

장기적인 고속철도 교통망 계획을 깡그리 무시하더라도 지역구 주민들로부터 인기를 끌어보자는 속셈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행태는 국가를 기만하는 것이며 결국 지역구 주민들도 기만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 빤하다. 지역민을 위해 KTX역을 신설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 국가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은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속 보이는 행보를 언론사가 나서서 부추기며 여론을 들쑤시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도내 유력 일간지가 연일 혁신도시에 KTX역을 신설해야 할 당위성 알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혁신도시에 KTX역을 설치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것처럼 다룬다.

그러나 눈을 씻고 해당 언론사의 주장을 경청하려 해도 KTX역이 신설되면 그 지역이 발전할 것이라는 황당무계한 논리와 막가파식 궤변에 불과하다. 그런 논리라면 전국 모든 지역에 KTX역을 신설하는 것이 당연한 듯 들린다. 기회비용 측면이나 타당성에 대한 논란은 그냥 무시된 채로 일방적인 주장을 싣고 있다.

국가적 시각은 몰라도 최소한 전북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시각조차 갖추지 못한 편향적 여론몰이에 불과하게 보이는 이유다. 일부 정치권과 획책한 언론플레이라는 시각도 부정하기 힘들 정도다.

그 덕분에 도민들은 혹시 모를 기대감에 헛된 꿈을 꾸거나 입장이 다른 타 지역과 부딪히는 등 불필요한 갈등을 겪고 있다. 당장 정헌율 익산시장과 익산시의회 등 익산시 정치권에서 반발하며 시민들이 나서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계획에도 없던 역사 신설을 놓고 도민들이 갈등을 겪어야 하는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철도를 놓고 역을 세우는 일이 블록으로 하는 장난감 놀이가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공동의 재산과 이득을 아무렇지도 않게 허물어뜨리는 덜 성숙한 이들을 보아왔기에 안심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를 기만하는 바람이다. 휘둘리지 말고 고속철도보다 빠르게 떠나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