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불어닥치고 있는 추위에 도시가 얼어붙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영하 10도 이하를 넘나들며 쉬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번 한파는 2014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매서운 날씨보다 더 차갑고 지독하게 이 겨울을 지내는 사람도 있다. 익산시가 이 겨울에 해고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바로 그렇다.

더 이상 사람이 필요하지 않아서라면 모르겠지만 익산시는 멀쩡한 근로자들을 외면하고 새로운 기준으로 채용공고를 냈다.

만 60세 이상이라는 나이제한과 8개월 계약이 주요 골자다. 이는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을 회피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명백하다. 정규직 전환대상인 근로자가 계약이 만료되면 여지없이 잘라낸 뒤 그 후속 근로자는 전환대상에 속하지 않도록 나이와 계약기간을 정해서 채용하는 방식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악덕업주의 고용행태보다 심하면 심했지 모자라지 않다. 백주대낮에 인구 30만의 자치단체에서 고용 참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철밥통’ 정규직 공무원들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타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일까.

지난해 7월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후 진통이 있었지만 12월 26일 기준 잠정인원 7만4,000여 명 가운데 6만1,708명이 전환 결정됐다. 83.3%의 높은 수치다.

익산시는 83.3%에 포함돼 있지 않다. 첫 단계인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조차 하지 않고 정부가 목표한 시한을 넘겼다. 그동안 자연스럽게 계약이 만료된 근로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빼앗겼다.

익산시의 불법적·살인적 채용행태가 여기서 발생했다.

익산시는 연령을 차별하지 않도록 마련된 고령자 고용촉진법을 근거로 만 60세 이상의 근로자를 채용하겠다고 공고했다. 멀쩡히 근무하던 56세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은 이유다.

그러나 해당 법률에 고령자는 55세 이상이라고 규정돼 있다. 근로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헌율 시장을 찾아가 그 사실을 지적하며 부당함을 호소했더랬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고령자친화직종은 만 60세 이상으로 뽑아야 한다는 이상한 원칙이었다.

그러나 익산시의 해명은 위법성이 짙은 거짓말에 불과하다. 고용노동부와 행정안전부 어디에도 만 60세 이상으로 나이제한을 한다는 지침은 없다. 정부가 발표한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은 오히려 고령자친화직종의 경우 정년을 연장해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내용이다.

어떻게 고령자와 비정규직을 보호하도록 만든 법과 지침을 내세워 근로자를 내쫓는 일에 악용할 수 있는지 처참하기 그지없다.

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은 물론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피해자를 양산하고 정부의 지침도 가볍게 무시하는 익산시의 행정을 대체 뭐라 불러야 한단 말인가.

쉬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월차를 내야 하며 주 40시간에 딱 맞춰 근무해야 하는 56세의 환경미화원은 월 117만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익산시가 정한 생활임금 169만원에 한참 모자란 금액이다.

노모를 부양하며 살아가던 근로자는 그렇게 북극 한파보다 매서운 익산시의 행정에 상처를 입었다. 이 겨울, 그 근로자뿐만이 아니라 이 사회 전체의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