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사 건립을 둘러싼 정쟁이 뜨겁다.

근데 찬찬히 뜯어보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양측의 주장이 같다. 신청사를 정치적으로 활용치 말라는 거다. 같은 이야기를 서로를 향해 하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광경이다.

과연 누가 오랜 시민숙원을 볼모 삼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지는, 올해 선거가 없다고 가정하면 쉽다.

익산시장을 뽑는 선거가 어느덧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와 있다.

먼저 정헌율 시장의 경우 국토부 공모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자력으로 이를 선거에 이용하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단체장으로서 시민숙원 해결이라는 명분이 있다.

다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조급히 애드벌룬을 높이 띄운 것은 빌미를 제공한 것이 됐다. 또 당장 예산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파트너인 LH 측에 구 경찰서 부지 등 소중한 공유재산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며,1,000억원 정도 추산되는 주차장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반면 전북도의회 김대중 의원의 경우에는 형편이 다르다.

선거가 없었다면 도의회 회기가 시작되는 날 아침에 굳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하며 문제를 제기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굳이 잘못을 지적하려 했다면 늘 해왔던 것처럼 보도자료를 정리해 배포하면 됐다.

많은 시민들이 국비지원을 받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는 그의 주장이 상당 부분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역풍 기미가 감지되는 이유다.

익산시의회 역시 마찬가지다.

의회는 오랜 시민숙원이라는 점에서 자칫 발목잡기로 비쳐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부담을 감수한 채 전담조직 신설을 보류했다. 그들 자신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한 선택이었다.

조례개정안 심의과정에서 그들이 지적한 바는 조목조목 다 맞다. 430억원이라는 건립비가 얼토당토않고, 많은 시민들이 국비 지원을 오인하고 있으며, 조직 신설 준비가 졸속으로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청사 건립이 정 시장의 치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우려한 조치라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충분히 수정가결이 가능함에도 보류를 택한 탓이다. 시청 안팎에서는 보류 결정의 배후설마저 제기된다.

정 시장이 3월 초 사직 예정이고, 의회의 다음 회기는 3월 말이라는 점도 보류 결정의 순수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만약 선거를 앞둔 시점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담당 국장이 나서 의회의 지적을 모두 수용하고 수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히는데도 불구하고 의회가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을까. 신청사 건립을 누구보다 원한다고 입을 모아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흠씬 혼을 내더라도 수정해서 통과는 시켜주지 않았을까.

어찌됐든 신청사 건립은 선거를 앞두고 ‘핫이슈’가 됐다. 승부를 가릴 일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난타전은 정 시장이 판정승을 거둘 공산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