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시장의 막말과 공무원 잡도리가 입길에 올랐다.

정부의 복무지침을 부시장이 삼키고 시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발단이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을 응징하는 차원에서 우리 군 당국이 대북방송 재개에 들어간 지난 8월 21일(금요일), 정부는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비한 비상근무체제로 돌입하라는 지침을 중앙정부 각 부처와 자치단체에 내렸다.

이 지침은 익산시 담당에서 부시장까지 신속하게 공유됐고, 부시장은 즉각적으로 전 조직에 비상근무체제 전환령을 내렸다. 시급한 일이었기에 선조치 후보고 사안이었다.

박 시장은 이날 뒤늦게 부시장이 같은 지침을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은 사실을 알았다. 다음날은 휴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행정국 소속 6급 이상 간부 50여명의 공무원들이 비상회의에 소집된 이유다.

박 시장은 만좌 중에 안전행정국 수장을 향해 "지금도 과장인 줄 아느냐"고 면박을 준 뒤, "국장이 보고 안하면 과장이 하든지 과장도 안하면 '계장 놈'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막말을 내뱉었다는 전언이다.

박 시장은 이어 안전행정국장을 비롯한 행정지원과장, 시민안전과장, 총무계장에 대한 조사감찰을 지시했다고 한다.

무식의 극치다. 안전행정국의 지침과 관련한 보고체계는 어떤 허점도 보이지 않았다. 부시장이 당일 보고하지 않았거나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따질 필요도 없었다. 익산시는 같은 공문을 받고 비상근무체제로 돌입했으며, 시장은 언제든지 부시장에게 보고를 받을 수 있었다. 부시장은 어쨌든 시장에게 결제를 받아야 할 입장이었다.

책임을 묻더라도 부시장에게 국한되는 것을, 애먼 공무원들을 모아놓고 망발한 것이다. 박 시장 자신의 과민한 감정상태와 충동적인 일처리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최근 부시장의 운신을 제한하는 등 부시장과의 갈등을 야기해 온 박 시장 자신의 자격지심의 발로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비상회의 자리에서 나온 시장의 말을 공직사회의 6급 이상 간부들이 외부에 발설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박 시장은 그 점을 살펴야 한다. 벌써 레임덕이 심각한 상태에 이른 것이다.

박 시장은 미지막까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