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던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할랄식품단지 조성 및 도축장 건립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춘석 의원과 전정희 의원이 소관 부처 책임자들을 만나 강력히 가로막은 결과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자랑할 일도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양 국회의원이 할랄식품단지 추진을 가로막은 논거가 단지 익산시민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소관 부처 책임자들이 익산시민들의 동의가 없으면 강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도 인기영합적 행태에 다름 아니다.

할랄식품단지에 대한 논란은 애초부터 불투명한 위험경고에서 시작됐다. 시기적으로 IS무장세력(이슬람 원리주의자들, 무슬림)이 세계 곳곳에서 천인공노할 테러를 자행하는 바람에 반대를 위한 반대 축을 낳았고, 이들의 위험성 부풀리기와 대량생산된 터무니없는 허위사실 유포는 시중의 여론을 뒤덮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슬림의 종교의식과 관련된 할랄식품은 종교적 기준으로 까다롭게 가공될 뿐, 할랄식품단지가 무슬림을 익산에 대거 유입시키지 않으며, 공장이 무슬림의 본거지가 될 수 없다는 것은 할랄식품단지를 추진하는 정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양 국회의원이 먼저 할 일은 할랄식품단지 조성과 관련한 진실을 규명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의 장 마련이었다. 할랄식품단지가 익산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실로 크기 때문이다. 사실상 실업인구가 3백만을 넘어서고, 200명 가까운 익산의 인구가 매달 유출되고 있는 마당이다.

먹고 살 것이 부족한 도시에서 일자리를 늘리고 세수를 확충하는 일 말고 더 중한 일은 없다. 더구나 종교단체 등의 터무니없는 여론몰이에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놀아난 꼴이어서 더 안타깝다.

정치인들의 무책임하고 경솔한 태도에 절망한다. 정치인이 자기의 표만을 의식하면 스스로 바람 앞의 등불이 되고, 지역에 쏟는 애정이 자신의 뿌리가 된다는 것을 맹성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