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 공공가축분뇨처리시설(뉴워터)을 악취사업장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전라북도는 익산시민들의 악취 고통 호소가 잇따르자 지난 2013년 뉴워터를 악취사업장으로 지정했으나, 뉴워터에서 지정 처분 취소 심판을 제기해 전라북도가 패소했다. 그러나 뉴워터의 부지경계선 악취 오염도가 기준치를 4배 이상 초과하는 등 다시 민원(36회)이 폭증하자 전라북도가 지난해 8월 28일 뉴워터를 악취사업장으로 재지정했고, 이번에는 전라북도가 승소한 것이다.

이제 뉴워터는 법에 따라 1년 이내에 악취배출시설 신고와 악취 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하며, 악취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할 경우 조업정지 처분 대상이 됐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처구니없었던 것은 심판의 승패를 가른 기준이 민원의 존재여부였다는 점이다. 앞선 소송에서는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 근거가 거의 없다시피 해 전라북도가 소송에서 졌는데, 이번에는 주민들이 제기한 민원이 필요충분조건을 초과해서 전라북도가 이긴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악취 고통을 호소하는 민원은 대동소이하다. 다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민원 유무를 입증하는 서류 유무로 판단했다. 즉, 주민들이 구두로 제기한 민원에 대해서는 익산시가 근거자료를 위원회에 제출하지 않았고, 서면으로 제기한 민원만을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로 제출한 것이다.

특히,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익산시가 앞선 심판 과정에서 익산시의 업무담당자들이 뉴워터 관련 악취 민원이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제기된 적이 없고, 준공 이후 해당 시설을 특정한 악취 민원은 1건에 불과하다고 진술했다는 점이다. 시민들을 위해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환경녹지국의 행태라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대목이다.

말하자면, 장기간 악취 피해를 입고있는 주민들은 익산시의 부적절한 행태로 전라북도가 심판에서 패소하는 것을 지켜본 뒤 모든 민원을 서면화했고, 그것이 이번 심판의 승패를 가르는 중심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익산시의 업체를 옹호하는 듯 한 소극적인 태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앞선 심판이 종결되고 1년여가 지났고, 이 기간 동안 수많은 악취 민원이 제기됐지만, 익산시가 뉴워터의 악취 저감을 위해 노력한 흔적은 미미하고 내용면에서도 형식에 그쳤다.

주민들은 뉴워터가 악취사업장이냐 아니냐에 관계없이 익산시가 뉴워터의 악취를 잡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민원이 있을 때마다 현장에 나가서 악취 원인이 될 수 있는 것들을 개선하도록 조치했다면 오래 전에 뉴워터의 악취를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악취사업장과 비악취사업장에 대 한 행정적 제재의 차이라는 게 결국 악취를 낮은 농도(악취사업장)에서 처벌하느냐 높은 농도(비악취사업장)에서 처벌하느냐의 차이다. 단속기준이라는 것은 형식의 문제이지 실질의 문제가 아니다.

익산시가 악취 저감을 위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갖지 않는다면, 뉴워터가 악취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이유다. 뉴워터가 비악취사업장일 때의 행정행위 양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지역주민들의 악취 피해 해소는 요원할 수 밖에 없다.

단속기준이 아니라 현장에서 악취를 발생시키는 시설과 처리과정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행정행위로의 선회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