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공직사회가 또 술렁이고 있다. 민선 6.5기 시장이 성과평가제 확대 추진을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10년 전 민선 4기 시장이 밀어붙였던 팀제의 망령을 다시 만난 듯 화들짝 놀란다. 팀제는 실패한 사례다.

팀제가 남긴 것은 팽배한 위화감과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지리멸렬한 조직이었다. 신뢰할 수 없는 팀제의 '지표'가 공직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주된 원인이었다. 인사권자는 팀제라는 미명 아래 계장에게는 보직을 주지 않고, 계원은 팀장으로 발탁하는 형식의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익산시 공무원들은 그것이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표방하는바 '성과'를 내기 위해 각자도생을 선택했다. 설령 팀제의 저의가 줄 세우기나 혹은 매관매직의 수단이라 하더라도 뚜렷한 성과를 내면 외면하지 못하리라는 절박성 때문이었다.

조직은 과열될 수밖에 없었고, 경쟁 때문에 업무공조가 이루어질 수 없었으며, 서열간 위계질서 따위의 미덕은 사라졌다. 오직 살아남아 기회를 잡는 사다리 게임에 전 조직이 매달렸다. 투서와 음해가 난무했고, 불화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팀제의 취지는 훌륭했다. 경쟁을 붙여서 일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철밥통 조직의 수동성을 잘 인식한 발로였다. 민선 4기는 특히 조직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경영'하는 차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한마디로 생산적인 조직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었다.

6.5기 시장이 주창하는 논리도 다르지 않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승진하는 공조직 구조, 그래서 똑똑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조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왔고, 열심히 일해 승진하려는 공무원과 무사안일하게 세월을 보내는 공무원들을 구별해 내겠다는 의지를 누차 천명해 왔다.

이는 정헌율 시장이 성과평가제를 맹신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익산시민들은 성과평가제가 현재 익산시에서 운용되고 있는 수준 이상으로 확대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민선 4기에 팀제에 실패했던 익산시는 민선 5기 들어 성과평가를 인사의 기준으로 삼는 제도 개선에 나섰으나 또다시 실패한 것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일단, 행정기관의 업무란 백화점식이어서 사실상 평가지표를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되어있다. 이를테면, 단순 민원업무를 수행하는 부서와 택지를 개발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부서 각각의 업무 난이도나 효용성을 수치화 하고자 한다면 막막해지고 마는 것이다.

정헌율 시장도 이와 같은 익산시의 사정을 잘 알고 있어야 맞다. 그가 누누이 강조하는 성과평가제이니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들춰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공하기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고집하는 태도 앞에서 그 이면을 들여다 보고 싶어진다.

더구나 성과평가제와 관련한 표방하는 바가 민선 4, 5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사실 방향성에는 큰 차이가 있다. 민선 4, 5기는 생산적인 조직으로 체질을 개선해 이익을 창출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였지만, 정헌율 시장이 지향하는 바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조직 만들기 정도다.

그렇다면 현재 운용하고 있는 성과평가 시스템으로도 충분하다. 또한 열심히 일해 승진하고 싶어 하는 공무원을 조직의 핵심 부서로 보내고 승진에 의지가 없는 사람을 한직으로 보내는데 새로운 성과평가제가 필요하지 않다.

이러 맥락에서 정헌율 시장이 성과평가제 확대 시행을 강조하면 할수록, 발탁인사 의지가 부각되고 줄 세우기 의혹이 양산된다. 그런데도 계속 성과평가제 확대 추진을 밀어붙인다면, 공연히 공직사회를 뒤흔들어 불안을 조장하려는 의도로 비쳐질 수밖에 없는 소이연이다. 그것은 시민들에게 안겨줄 실익이 만무하다는 것을 각성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