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통합전수관이 완공됐다. 82억원이 투입 된 연건평 3,900평방미터 규모의 건물이다. 그러나 익산시가 이 건물의 본래 목적을 훼손하면서 건립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갈등만 팽배해졌다.

이 건물의 건립 목적은 '중요무형문화재 통합전수관'이라는 명칭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런데 익산시가 이 건물에 문화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시립 풍물단을 입주시키면서 혼란을 자초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곳에서 익산시 스스로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특히, 이 '중요무형문화재전수관'은 당초 '익산시립 국악원' 건립을 추진하다가 방향을 변경한 결과다. 익산시는 4년 전에 국악전문기능인 양성을 목표로 익산시립국악원 건립에 착수했는데, 정부가 그 타당성을 인정해 국비를 지원했다.

익산시는 이에 따라 45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2,323평방미터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국악원을 건립하게 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소외된 '이리향제즐풍류'와 '이리농악' 등 무형문화재들의 원성이 일었다.

익산시는 정부를 상대로 예산투자와 공유재산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것을 전제하는 통합전수관 건립의 당위성을 설명해 건물을 확장하는 국비를 지원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익산시는 난데없이 이 통합전수관에 시립 풍물단 입주계획을 세우고 1층의 가용공간을 둘로 갈랐다. 시립 국악원은 58.21평, 시립 풍물단은 68평을 각각 분점하게 된 것이다. '이리농악'이 지하 층 전부를, 이리향제즐풍류가 2층 대부분을 각각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주객이 완전히 전도 된 것이다.

이는 익산시가 화를 자초하는데 따른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시립풍물단'이나 '이리농악'이나 농악을 상연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고, 시립풍물단은 그동안 다른 시립공연단체들과 같이 솜리예술회관 지하의 공간을 별도로 독점해왔다.

누가 보아도 이상할 일이다. 더구나 익산시는, 사무원 1명과 필요에 따라 시간상사로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운영계획을 마련해 지역 기간 문화재에 대한 마인부 부재 상태를 그대로 드러냈다.

익산시는 같은 내용의 시립 국악단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의회에 상정했으나 이는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됐고, 그 비정상적인 행태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운영을 책임질 원장도 없는 교습소에 불과한 시립국악원 설치 계획은 익산시가 스스로 위상을 깎아내리는 것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주지하다시피, 익산은 근세 5명창이며 창극의 아버지인 국창 정정렬을 비롯해 박동진·조통달 명창 등 수많은 소리꾼을 배출해 온 곳이다. 근세 전후기 8명창이었던 권삼득·송흥록·신만엽 등 익산 출신이거나 익산에 자리를 잡고 이름을 날린 소리꾼들이 우리나라 소리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4년 창립 된 익산국악원에서는 오정숙 명창을 비롯해 임화영·김춘흥·김수연·박성숙·김성숙 등 많은 국악인을 배출했고 연례적으로 국악발표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현재도 많은 꿈나무들이 국악의 꿈을 키우고 있다.

또한, 현재 익산국악원을 이끌고 있는 임화영은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로 제34회 춘향국악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명창의 반열에 올라있다. 시립풍물단의 통합전수관 입주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하는 이유다.

시립국악원을 어떻게 구성해야 익산시 국악의 위상을 보존할 수 있는지는 익산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