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이렇다할 준비도 없이 4급 상당의 기구인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단을 상실하게 됐다.

1개과 12명으로 운영되는 이 기구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지원업무를 수행하는 한시기구였는데, 2단계 산단조성을 착수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체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이는 이 기구의 존속기한이 올해 5월 14일까지인데도, 익산시가 존속기한 연장을 위한 노력은 커녕 법령이 요구하는 기본적인 요건조차 갖추지 않은 채 수수방관해 온 결과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은 한시기구의 존속시한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존속기한 만료일 6개월 전부터 조직진단을 실시하는 등 연장의 필요성 검토를 수행 하도록 되어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익산시는 지난 달 중순 꾸어준 돈을 요구하듯이 전라북도에 국식클지원단의 존속 연장을 신청했는데, 전라북도는 지난달 말 불허 처분을 통지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더구나, 행자부는 지난해 10월 자체감사를 통해 도내 유사조직의 4급 서기관과 5급 사무관의 업무와 기능이 중복되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고, 전라북도는 지적사항을 익산시에 알리는 한편 국식클지원단의 운영형태를 실사했으나, 익산시는 어떠한 개선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특히, 익산시는 기구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국식클지원단의 업무와 기능을 손질하는 과업을 추가하지 않은 채 조직개편을 추진했고, 국식클의 성과를 지역에 매개할 미래농정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익산시 조직개편안이 지난해 12월 초 의회에 상정되어 중순에 의회를 통과했다. 무사안일과 무책임, 무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익산시는 태평하다. 만료일인 5월 14일까지 현행을 유지하다가 이후에는 과 단위로 조직 규모를 축소, 2단계 조성 추진이 가시화되면 전북도와 협의를 재개해 한시기구를 다시 신설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는, 한시기구의 존속기한 만료일 6개월 전부터 폐지로 발생하게 될 초과 현원 해소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도록 규정한 법령을 위반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전라북도의 연장불허는 주무행정관청인 행자부의 감사 결과에 따른 것이어서, 전라북도가 특별한 이유 없이 결정을 번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가장 빠른 길은, 익산시가 지금 당장 관련규정에 따른 조직진단을 실시하고, 서기관과 사무관의 업무를 명확하게 분장하는 등 국식클지원단 존속 연장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또한 끝내 불허처분이 날 경우에 대비해 폐지에 따른 초과 현원 대책을 수립하고, 과 단위의 국식클지원 담당부서 설치를 위한 조직개편안을 마련해 의회 심의에 대비해야 한다.

국식클지원단의 중요성은 미래농정국에 방불하고, 익산시 조직 내에서 서기관 한 자리의 중요성은 누구보다 정헌율 시장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철두철미한 준비와 공격적인 대응, 그리고 사력을 다하는 협상 없이 국식클지원단의 존속은 보장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