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의 봄을 대표한다는 서동축제가 막을 내렸다. 짜릿한 감흥과 감동의 여운이 남았으면 좋으련만 탄식과 불만의 목소리만 잔뜩 터져 나올 뿐이다. 화사했던 익산의 봄이 서동축제를 만나 시들어버린 기분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회를 거듭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마 서동공원으로 축제장을 옮겼으니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기다려달라는 말도 이젠 들어주기 어렵다. 축제를 개최하는 건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매년 5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데 언제까지 기다려 줄 수 없는 노릇이다.

더 이상 시민들에게 즐거움과 만족을 주지 못하는 축제라면 계속해야 될 이유를 찾는 게 더 어렵다. 서동의 사랑이야기와 백제유산이라는 테마에 대해 비교적 호감을 갖고 있는 익산시민도 만족하지 못하는데 외지인의 방문을 바라는 건 욕심일 따름이다.

그동안 축제의 성공을 위한 해법이 없었던 게 아니다. 서동축제를 주관한 익산문화재단의 자료실에도 그와 관련된 세미나 자료가 수북이 쌓여 있다. 매년 축제가 끝나고 관련 경험을 반성해 다음해 축제에 반영하기 위한 연구모임도 있었다.

그러면 뭐하나. 중구난방의 프로그램보다 킬러콘텐츠를 육성해야 한다는 간단한 명제 하나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계속 지적되던 접근성도 불편만 더욱 가중시키고 말았다. 정확한 나침반과 지도를 들고 있으면서도 매년 길을 헤매는 모습이다. 서동축제에 이름을 빌려주고 있는 주인공인 무왕이 지하에서 웃는다면 씁쓸한 웃음일 게 틀림없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백제유산을 대표하는 축제가 존속되길 바라는 게 시민의 뜻이라면 이름만 빼고 다 바꿔도 모자라다는 각오로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