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웬일인지 여러 방송사가 앞다퉈 검사와 언론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방송장악에 앞장서 미디어를 정권 유지의 도구로 전락시켜 버린 보수정권 기간 동안 블랙리스트와 같은 각종 탄압이 자행됐던 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발작용이다.

우리는 그동안 국정원을 비롯한 검찰 권력과 언론권력에 대해 논하는 것을 금기시하며 억압 속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어두운 동굴에서 벗어나자마자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듯 그들의 속사정을 논하며 그동안 쌓인 적폐의 청산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드라마들 속에서 그려지는 언론인의 모습은 딱하기 그지없다.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이 아니라 스스로 권력을 움켜쥔 그들은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현재 언론의 모습이다. 적나라하게 현실을 닮은 이야기가 요구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적폐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당위일 것이다.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조작’을 서슴지 않으며 그들의 사명인 시민들의 알권리를 무참히 짓밟는 언론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야 한다는 고함소리다. 지독하게 괴롭던 고름을 빼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익산시의 모습은 어떤가. 익산에는 전북권 일간지와 주간지, 인터넷신문을 비롯해 중앙방송과 일간지까지 합하면 서른 곳이 넘는 언론이 활동하고 있다.

인구 30만 인구의 도시에서 그렇게 많은 수의 언론이 활동하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과연 그 언론사들이 저마다 자신의 기본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기준조차 없다.

이에 언론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으면서 정작 언론의 기능은 하지 않는 ‘식물’ 언론들이 판치고 있다.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취재와 기사 작성을 하고 이를 보도하고 있느냐를 따져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스스로 취재해서 보도하는 기사는 거의 없이 기관에서 보내주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내보내는 언론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아 각종 오보를 양산하는 일도 허다하다.

그런 식물언론들이 잠식하고 있는 게 익산 언론계의 현실이다. 시민의 알권리는 그들에게 먼 이야기다.

우습게도 그런 모리배 언론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이 정론직필(正論直筆)이다. 언론인의 사명이 바르게 논하고 올곧게 쓴다는 것에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허나 기사를 쓰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정론직필을 논할 수 있을까.

기사를 쓰지 않는 언론이 존재의 이유가 있는지 그들에게 물어야 할 때다. 답이 없다면 적폐를 도려내는 메스를 가하는 것이 지역사회가 건강해지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