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직원들의 인격을 지속적으로 유린하고 성희롱을 일삼아 온 것으로 폭로됐던 A과장 사건이 유야무야 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석연치 않다.

직원들을 대표해 가해 당사자와 익산시 집행부에 압박을 가했던 익산시공무원노조나 사건을 처리하는 집행부의 행태가 투명하지 못하다. 절차와 원칙을 중시하는 행정기관의 구성원들답지 않은 일처리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것이다.

익산시 공무원노조는 지난 달 26일, 내부 메일을 통해 A과장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인격모독과 비하, 사생활 침해, 성희롱으로 의심되는 발언들과 행위들, 그리고 직원간 부서간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들을 심각한 상황으로 규정했다.

그 심각성의 정도는 피해 직원들의 상태로 갈음하여 설명했다. 잠을 이루기 어려운 날들의 반복, 출근의 두려움, 직장을 그만두고 죽고 싶은 심정, 또는 (가해자를 향한)살인충동을 느끼는 자신에 놀라 가슴이 울렁거리는 고통 등이었다.

익산시 노조는 동료들의 아픔에 피끓는 분노를 억제할 수 없다며, A과장과 익산시 집행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A과장은 전 직원에게 공개사과하고, 익산시는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공개하고 조사결과에 상응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었다.

노조는 또, 출근저지 투쟁은 물론 민·형사상의 대처, 시민단체와의 연대 등 노조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투쟁할 것을 천명했다.

한웅재 권한대행은 사건에 대한 조사감찰을 지시하고, 다음날인 1월 27일 A과장을 대기발령했다.

그런데 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15일, A과장을 비롯해 피해 직원들이 근무하는 부서의 담당계장, 해당 국장과 익산시 노조위원장이 함께 한 자리에서 돌연 사건을 덮기로 하는 화해분위기가 형성됐다. A과장은 이 회동 직후에 내부 메일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는데, 사과문으로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과란 자기 잘못을 구체적으로 인정했을 때 피해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인데, A과장의 사과문은 짧았고, 업무를 추진하면서 발생한 물의 정도로 사안을 언급했을 뿐이다. 이는 노조가 앞서 공표한 A과장의 위험성과 심각성과는 거리가 먼 변명에 불과하다.

만약 익산시 노조가 이를 수용했다면, 이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익산시는 지난 23일자 수시 전보인사에서 A과장에게 출장소장 보직을 줬다. 조사감찰이 종결되지도 않았는데, 권한대행이 이를 결재했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A과장의 행태는 이미 만천하에 공개됐고 심판이 대상이 됐다. 직장 내 인권유린과 성폭력에 관한 사안이다. 사회문제다. 공공기관이 이런 문제를 미봉하는데 급급한 인상을 주는 순간, 시민들에게 신뢰를 잃게 된다.

익산시장 권한대행은 공공기관장의 징계권에는 일벌백계의 책무가 함의되어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또한 조사감찰은 피해를 주장하는 자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억울함도 동시에 살피는 수단이다.

A과장의 혐의가 아직 명명백백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A과장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이상, 철저한 진상규명과 응당한 조치가 마땅하고, 그와 같은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A과장을 조사감찰이 종결될 때까지 대기발령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