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은 고도(古都)다. 수많은 유적과 유물들이 말해준다. 유물의 수나 그 유물들이 가진 시간의 양적인 면에서 독보적이다. 하지만 정사(正史)에 누락된 탓에 그 가치가 빛을 발하지 못한다.

익산의 고대 유적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지만, 그 유적들에 대해 알고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보면 고도 익산이 평가절하되고 있는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다.

역사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야기다. 기억이다. 뿌리를 잊지 않게 하며, 반성하게 하며, 자긍심을 갖게 하며, 세세연년 전하게 한다. 이야기는 정신이며, 흥이다. 익산의 고대 유적과 유물들이 이야기를 가져야 하는 이유들을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익산에는 특히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한 서동 선화의 사랑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신분과 국경을 초월한 서동 선화의 러브스토리는 셰익스피어와 같은 작가를 만나지 못해 한낱 전승되는 이야기에 머물러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살았던 지역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었지만, 서동과 선화가 만났던 장소들은 그저 촌락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 익산시는 이런 당위를 경시한다. 정부가 전국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450억 규모의 국립한국문학관 후보지를 공모하고 있지만, 신청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신청할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일부터 신청 접수에 들어갔고 오는 25일 마감되지만, 지금도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4,537평 규모의 후보대상지가 지역 내에 없다는 게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익산시는 공모요강에서 요구하는 입지여건에서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학관으로서의 위상 정립, 문학 진흥 등의 건립취지에 익산지역 만큼 부합되는 곳이 드물다.

박범신을 필두로 안도현, 양귀자, 윤흥길, 최인기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원광대학교에서 배출됐다.

또, 교통 여건이나 접근성에서도 최적의 도시다. 의지만 있다면 입지 여건을 충족하는 부지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도시다. 문제는 국립한국문학관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이다. 익산시 담당 공무원들이 그 파급효과를 고려했다면 지금처럼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국립문학관 유치에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고도 익산이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하는 도움닫기를 마련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