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공공요금의 고삐가 풀렸다. 지난 4월에는 하수도 요금을 평균 25% 인상했고, 5월부터는 쓰레기 봉투값을 무려 35%나 인상했다. 하수도 요금은 익산시가 행자부의 현실화 요율에 맞춰 지속적으로 올릴 계획인데, 4년 뒤인 2020년까지 310%가량 인상될 예정이다.

쓰레기 봉투값 인상 요율은 전북 평균 대비 180%나 높다. 사상 유례없는 공공요금 폭탄이다. 시민들이 받을 충격을 감안해서 사전에 여론수렴을 거쳤어야 했다. 하지만 익산시는 쓰레기 봉투값이나 하수도요금 인상과 관련해 토론회나 공청회 한 번 열지 않고 기습적으로 인상했다.

익산시는 나름대로 불가피했다는 이유를 댄다. 하지만 소비자 물가가 공공요금 인상에 얼마나 민감하게 요동치는지를 안다면, 소비자물가 상승율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과도하게 공공요금을 인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선, 그나마 남은 대중목욕탕들이 줄줄이 폐업할 것이다. 이미 사양길을 걷던 업종인데 대폭적인 하수도요금 인상이라는 된서리를 맞게 됐다. 콩나물 공장과 같이 물을 원자재로 쓰는 업종들도 줄도산 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직접적인 1차 충격은 소비자들에게 2차 충격으로 전이된다. 살아남은 대중목욕탕 이용료나 요식업소의 음식들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양태로 말이다. 그래서 공공요금 인상은 신중하고 충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이루어져왔다.

그런데 시민들의 실정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공공요금 인상은 정헌율 시장체제 2개월 만에 단행됐다. 자칭 행정전문가, 고위공직자 출신이기 때문에 이런 탁상행정이 가능한 것이냐는 여론이 높아지는 이유다.

우리는 시민들의 고혈을 짜서 공무원이나 업자들의 배를 불리는 정치를 원치 않는다. 불가피하더라도 공공요금 인상폭을 낮추고 속도를 최대한 늦추되,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고 나서 시행하는 것이 바로 현장 행정이다.

민선 6.5기는 민선 6기와 다른 점을 좀 보여 달라는 요청이다. 주민들을 만나서 환담을 나누는 사전선거운동을 현장행정으로 포장하지 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