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5일 정헌율 시장이 처음 단행한 인사의 후유증이 의외로 크다. 실적을 중시했다지만 이렇다 할 실적이 없는 사람들이 승진하고, 인사권자가 납득할 만한 근거를 공표하지 않거나 못하는데서 비롯한 익산시 공직사회 내부의 불만이 대종을 이룬다.

일반적 시각으론 설명할 수 없는 발탁인사는 갖가지 억측을 낳는 법이고, 특정 승진자와 관련해서는 지난 익산시장 재선거 당시 정헌율 후보 캠프 관계자가 수 천만원의 승진사례비를 받았다는 루머까지 나돌면서 사법당국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 모든 잡음은 정헌율 시장의 독특한 인사 스타일에서 나왔다. '대충 시간을 뭉개다 보면 저절로 승진한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라. 나는 그런 무사안일주의를 타파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발로였다. 그런데 연공서열을 의식적으로 배제하다 보면 파격 승진인사로 흐를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파격인사가 바로 그 공감을 얻기 어려운 지점이다. 그나마 지난 8월 인사에서 전격적으로 반영했다는 인구늘리기 실적 조차도 최근 인구가 격감하면서 허구로 판명났다. 특정인을 승진시키기 위해 임기응변식으로 갖다 붙인 구실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정헌율식 공감부재 인사 행보 가운데서도 가장 수수께끼 같은 사안은 4개월 동안 사무관급 중간관리직 두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8월 인사에서 함열출장소장과 왕궁면장 자리를 채우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하위직의 인사적체가 발생했다.

6급 둘이 5급으로 승진하면 그 밑으로 얼마나 많은 공무원들이 과실을 따 먹는가. 또 얼마나 많은 공무원들이 기회를 공유하게 되는가. 굳이 구체적으로 말할 필요도 없이 그 파급력은 실로 크다. 그래서 누구든지 수시인사로 곧 채우겠거니 했다.

그러나 정헌율 시장은 4개월째 요지부동 묵묵부답이다. 이 같은 행위는 결원이 발생하면 지체없이 보충하도록 강제하는 공무원 임용령을 정면으로 위반한다. 정헌율 시장의 '행정 전문가' 수식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공감은커녕 위법한 그의 행위는 "특정인들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아직 점수가 모자라서 자격 기준을 채울 때까지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항간의 의혹을 불렀다. 인사부서에서는 두 자리를 공석으로 놔두고 있는데 대해 "기업유치나 국비확보 등 특별한 실적이 있는 직원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이는 인사부서조차 위법한 사안에 대해 검토하거나 의견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그저 시장의 손 끝만 바라보고 있는 꼴이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다음 정기인사 때까지 기업유치나 국비확보에 기여하는 공무원이 없다면 또 어떤 궤변을 내세워 승진인사를 단행할 텐가.

일단 비현실적인 해명이다. 기업유치 전담부서가 아닌 부서의 6급 이하 공무원 중 누가 자기 업무 외에 기업유치 활동을 별도로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익산시 조직을 투자유치과 하나로 묶는 형태로 개편한다면 모를까 과연 타당성 있는 지표인가.

또한 6급 이하 공무원 중 누가 국비를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익산시장이 정부 각 부처의 국장급들 정도를 만나려해도 어려운 판국에 말이다. 참으로 허무맹랑한 해명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일선에서는 관리자 부재에 따른 행정공백 피해를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정 시장은 어떤 면에서든지 즉각 수시인사를 단행해 공석을 채워야 한다. 이대로 2개월을 더 끌고 간다면 정치적인 실익이 얼마나 될지 몰라도 소탐대실의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공석을 유지하는 것은 곧 뒷돈을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억측을 불식시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