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공무원들 중 열에 여덟(80%)은 박경철 시장의 불통을 시정 난맥의 핵심 요인으로 꼽고 소통시정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열에 여섯 이상(62.2%)은 박 시장이 단행한 인사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경철을 익산시장으로 선출한 시민들로서는 실로 참담하다.

동시에 시민들은 생각한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공무원들의 중간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박 시장은 어떤 마음일까. 그동안 보여준 스타일 대로, 아랫 것들 처지에 감히 자신을 평가하고 공개한 것에 격분할까. 복무기강 운운하며 감사를 붙여 주동자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자신이 채용한 계약직 공무원인 법무팀장을 시켜 형사고소토록 할까.

공무원들은 박 시장의 독선과 독단으로 운영되는 시정이 공조직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고, 현안들을 엉망으로 만드는 등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시정을 늪 속으로 빠뜨리는 리더십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오죽하면 공무원들이, 민선 6기가 출범하면서 당면 문제 가운데 가장 중차대한 문제로 내세웠던 '부채청산 및 긴축재정'이라는 현안을 우선 순위에서 뒤쪽으로 미뤘겠는가. 부채 해결이 시급하다고 응답한 공무원들은 열에 1.5명(10.6%)에 불과했다. 나아가 '공약 이행'이 당면현안이라고 대답한 공무원이 3.3%에 불과한 것은, 불통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특히, 박 시장은 취임 후 두 차례의 인사를 단행했는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공무원들은 열에 한명(9.3%)에도 못미친다는 점을 박 시장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같은 인사에 대한 불신은 공무원들의 업무 성취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맡은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했지만 성취도에 만족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열에 여섯명 이상(63.5%)에 달한다. 성취도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공무원들은 그 절반(33.1)에 불과하다. 이런 박 시장의 리더십에 대한 공무원들의 부정적인 정서는 범상치가 않다.

노조 구성원들의 노조집행부에 대한 통상적인 기대 또는 노조 설립의 기본적인 목적이 '조합원의 복지후생'인데, 익산시 공무원들 열에 네명 이상(42.2%)이 '조합원 권리침해 방지를 위한 집행부의 일방적 결정 견제'를 바라고 있다.

결정된 정책사업의 수시변동 및 혼동, 관리자들의 관심미흡, 업무에 대한 열정감소, 자포자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집행부에 대한 노조의 견제를 복지(35.8%)보다 더 중시하는 방향성을 조성한 것이다.

이같은 익산시 공직사회의 여론조사 결과는 매우 엄중하다. 박 시장이 시정실패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새로운 출발을 결심했다면, 여론조사가 요구하는 바와 같이 인사를 8월 이후나 대법원 판결이 난 이후에 단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은 익산시민들에게 모든 부덕을 사죄하고, 용서받는 유일한 수단이며 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