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는 지난 2010년,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지역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먹을 입은 과도한 도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었다. 소비 일변도의 산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생산기반 확보에 나선 이유다.

그로부터 3년 뒤, 익산시는 삼기·낭산면 일원에 279만평방미터의 산업단지 조성을 완료했다. 이 산단이 익산시 지역경제의 활로를 활짝 열여젖힐 것이라는 기대가 한껏 부풀어오르는 순간이었다. 조성비용으로 2천2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고, 이 과정에서 1천 400억원이 넘는 지방채를 발행했지만 이 빚은 산단 부지를 분양해 갚을 수 있었기에 걱정할 사안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느 정도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고, 분양을 완료하면 2만명 가량의 고용 창출과 매년 수백억원대의 지역경제 효과가 창출 될 것이라는 기대가 충만했다. 하지만 산단 조성을 마친지 2년이 지났는데, 산단 분양률은 고작 43%에 그치고 있다.

특히, 박경철 시장이 취임한 이후 6개월 동안에는 단 한건의 산단 분양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투자협약만 4건 체결했고, 최근에는 그동안 투자협약을 체결한 15개 입주예정 유턴기업들이 협약을 파기하고 입주의사를 철회했다.

박경철 시장은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실제 3천억 남짓한 익산시의 빚을 7천억원 이상으로 부풀리고 전임 시장체제의 익산시를 부채공화국으로 몰아세워 이득을 봤다. 취임 직후에는 재정비상체제를 선언하고 부채상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익산시의 형편으로 볼 때, 실질적인 부채상환의 유일한 길은 산단분양을 통한 투자비 회수다. 그런데 박 시장이 취임 이후 단 한건의 산단분양계약을 성사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전임 시장 체제인 민선 5기 익산시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정책을 폈고, 산단분양을 전담할 부서를 마련하기 위해 조직개편까지 단행했다. '투자유치과'는 그렇게 만들어진 부서다. 그러나 이 부서는 민선 6기가 출범하고 나서 6개월 동안 아무런 실적도 올리지 않고 있거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투자유치과는 시민의 혈세로 운용될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꼴이다. 박 시장은 의회의 "기업유치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수용해야 되는 이유다. 어떻게든 이 폐색국면의 돌파구를 찾아내야 한다.

한 번이라도 진정성 있는 태도로 시민들을 위해 매진해 주길 바란다. 1년여 동안 저지른 여러가지 실정을 만회할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산단분양은 결단코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야 할 대상이 아니다. 혹여라도 전임시장의 업적에 날개를 달아주지 않겠다는 옹졸한 생각이 산단 미분양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최소한 재정비상체제 선언이 진정성의 발로였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익산시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산단 분양에 나서야 한다. 산단 분양은 익산시의 내일이 걸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