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똥물로 불리는 금강물을 익산시민들에게 먹인 익산시의 범죄행위를 지탄하는 원성이 자자하다.

민선 6기 익산시장은, 물이 워낙 더러워서 정수할 경우 할로초산이라는 발암물질이 발생하는 등 시민들의 건강권을 크게 침해하게 되므로 금강물은 먹는물로 부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가뭄으로 물부족사태가 발생할 경우 시민들에게 금강물을 먹일 수 없으므로, 현재 먹고 있는 대아수계 물보다 더 많이 담수되어 있는 용담댐 물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선결처분까지 발동했다.

요점을 살펴보면, 대아수계가 말라붙을 정도로 급할 때 금강물은 기존 대간선수로를 통해 언제든지 끌어다 먹을 수 있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생각해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싸더라도 용담댐 물을 먹을 수 밖에 없는데, 의회가 공론화를 통한 시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다음에 먹는물 체계를 바꿔야 한다며 사업을 승인해주지 않으니, 먼저 사업에 착수하고 사후에 승인받는 비상조치를 발동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익산시는 이같은 선결처분 발표 직전에 시민들에게 금강물을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익산시의회가 특위를 구성하는 등 특단의 활동으로 진실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나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시의회란 민의를 대변하는 기관이고 생활정치인들의 산실이기에, 익산시의 모든 현안 가운데 이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현안은 없었다. 그런데 지난 11일 상수도과 주요업무 결산보고장에서는 '이 정도 선에서 봉합하자'는 분위기가 의원들 사이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상수도 행정 책임자들이 "시장도 금강물 혼용 공급계획을 알고 있었다"고 시인한 데다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있으니 우리 역할은 이정도면 됐다는 게 익산시 산업건설위원회의 입장이다. 당초 별렀던 의지로 봤을 때 상상해 볼 수 없는 태도다.

그러나 이는 오판이다. 익산시는 금강물을 혼용하기 전에 금강물 수질검사를 했어야 했고, 정수과정에서 나타나는 유해물질 농도를 확인했어야 했다. 상수도 행정의 매뉴얼이다. 더구나 금강물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 알고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있다.

나아가 대아수계의 물을 먹고 있는 익산시가 금강물을 먹는 물로 취수하고자 할 때는 상수도 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했다. 그러나 익산시는 물의 상태조차 전혀 모르면서 그 물을 시민들에게 여드레 동안이나 먹인 사건이다.

익산시의회가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되는 이유다. 또한 정치적 타협의 대상도 아니다. 불특정 다수 시민들의 생명을 위기에 빠뜨린 사안이다. 먹는 물과 관련한 시민들의 안전을 수호해야 할 상수도행정 공무원들이 가해자가 된 사건이다.

오직 처벌을 통한 일벌백계가 필요할 뿐, 정국안정이라는 미명하에 유야무야 되어서는 안 될 사안이다.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의 대오각성이 필요한 이유다. 상수도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이 상태로 미봉된다면, 시민들이 빼어든 준엄한 칼날이 시의회로 향할 수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