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마음훈련원이 무산된 직후 익산지역사회를 덮쳤던 원광대학교 이전설이 2016년 벽두에 다시 불거졌다. 신년인사를 위해 익산시의회 본회의장 단상에 오른 김도종 원광대학교 총장이, 대학과 자치단체의 상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익산시와 의회의 경각심을 일깨운 발언이 뜻밖의 협박조였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이날 원광대와 익산시가 상생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펴자는 취지로 인사말의 포문을 열었다. 이는, 원광대가 정부에서 공모하는 각종 지원 사업에 응모하기 위해서는 익산시의 대응자금이 필요한데, 익산시가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올해는 지원할 수 없다고 통보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원광대학교는 올해 정부의 공모사업에 참여조차 못하게 된 것이다. 원광대학교에는 또 하나의 답답한 현안이 있다. 20년 째 답보상태인 원광대 시외버스 승강장 설치 문제다. 익산시의회를 비롯한 지역 정치권이 운송업계의 눈치를 보며 결정을 유보하는 바람에, 이제는 업계가 승강장을 설치할 경우 매월 9억원의 손실보전금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 총장은 이 같은 현안들을 언급하면서, 마치 작심한 듯 "지금도 수도권 대학에서 각종 인센테브를 제시하며 (원광대학교)유치전을 펴고 있다"고 했다. "2년 전 평택에서 대학병원과 함께 유치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여러 자치단체들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제의를 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이 같은 이전설을 언급하는 김 총장의 메시지는 "원광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는 발언에 함축되어 있다. 2년 전에 국제마음수련원 매칭사업비를 익산시가 편성했지만, 의회에서 연거푸 삭감하자 원광대학교의 평택 이전설이 흘러나와 도시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시민들에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던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김 총장의 경고는 필요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감이 없지는 않다. 특히, 원광대학교의 이전 가능성을 총장이 스스로 나서서 공개한 것은, 지역사회의 불안을 조장하고 이해집단의 반감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익산시의회가 김 총장의 질정을 달게 받아들이고, 자성의 지표로 삼아야 할 당위가 더 무겁다. 국제마음훈련원 건립 무산으로 수백억원의 국비를 반납하고, 건립했을 때 발생할 직·간접적인 효과가 막대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시의회는 자치단체의 세수 증대와 도시발전을 저해한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원대 버스승강장 문제와 대학-자치단체 협력사업 대응자금 문제도 그와 궤를 같이한다. 사업의 주체는 뜨겁고 지원주체는 차가운 법이지만, 과도하게 뜨거워져서 통제가 안 되거나 과도하게 차가움을 견지해서 단절과 반목이 심화되면 공멸하게 마련이다.

새해 벽두, 느닷없는 파열음을, 원광대학교가 진정한 익산시민들의 대학이 되고, 익산시의회가 진정한 대의기관으로서 책무를 회피하지 않는 경종으로 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