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익산 신동 성당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등의 '평양에 다녀온 그녀들의 통일이야기' 토크문화콘서트가 익산지역 고교생이 던진 폭발성 물건에 의해 아수라장이 됐다.

삽시간에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가득차오르자 100여명의 방청객 등 관계자들이 긴급대피하는 바람에 콘서트는 중단됐고, 방청객과 스태프가 화상을 입어 긴급 후송됐다.

방청객과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검거된 범인은 A고등학교 화공과 3학년 오 모군이었다. 오군은 극보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트스트 저장소'의 준회원으로 평소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자신이 저지를 범행을 성전을 치르는 테러범의 심정으로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범행 전날 에니메이션 관련 커뮤니티에 "드디어 인생의 목표를 발견했다 - 집 근처에 신은미 종북콘서트 여는데 신은미 폭사당했다고 들리면 난 줄 알아라.""봉길센세의 마음으로 - 찬합통에 폭약을 담았다. 내일이 기대된다" 등의 글과 사진을 게시해 범행을 암시했고, 범행 당일 현장에서도 ‘빼갈 한 병 마시고 벼르고 있다’라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게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은미는 재미교포이고, 황선은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으로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북한을 제대로 알아야 통일에 대한 생각을 바로 세울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 나라 수구 보수 세력들 가만히 놔둘리 없다. 그 대표 언론들의 민낯인 종편들은 연일 탈북자를 끌고나와 논란을 일으키면서 신은미와 황선의 콘서트를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시켰다.

이런 편향된 정서를 공유하는 '일베'와 한 고등학생은 그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오군은 인터넷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사제폭발 물건을 제조했고, 고량주를 마셔 범행의지를 고양시킨 뒤 범행을 저질렀다. 사건이 발생한 뒤에도 이 나라는 잘못된 행동을 비판하는 세력과 옹호하는 세력으로 갈라져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상과 이념의 자유가 보장 된 나라에서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극단적인 테러를 감행하고, 이를 부추기는 세력이 엄존하는 것이다.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고방식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달리 말하면 반민주주의의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들이 말하는 북한 괴뢰군보다 훨씬 더 위험한 괴물들이며 체제를 위협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목하 그런 사고방식은 폭력을 낳고 있지 않은가. 폭력은 폭력일 뿐이다. 어떤 입장으로라도 폭력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분별한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있는 보수세력들의 대오각성이 촉구된다. 북한을 적대시하는 시선이 정말 나라의 존망을 걱정하는 발로라면, 이번과 같은 폭력이 나라를 붕괴시키는 구멍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방법론은 다르겠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통일은 당위다. 그런 견지에서는 "남과 북이 서로 상생하며 살아가는 시대가 올 때까지 오작교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신은미의 각오를 오히려 우리가 귀감으로 여겨야 할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