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장과 익산시공무원 노동조합이 끝장 대치중이다.

익산시장은 노조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을 주장하는 형사고소를 제기하고, 노조 위원장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상급 기관에 중징계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익산시장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고용노동부 지방노동위원회에 냈다. 익산시장이 노조 집행부를 와해시키기 위해 간부들을 원거리로 전보발령하고, 명예조합원 등 200여명의 탈퇴를 종용했으며, 익산시청 행정망에 노조위원장의 접속을 차단했다는 주장이다.

박 시장이 익산시 공조직을 둘로 쪼깬 것이 사태의 발단이 되었다. 취임 초부터 본청 주요보직에 있는 공무원들에게 전임시장 사람이라는 언표로 꼬리표를 부쳤고, 두차례 단행된 인사를 통해 전임시장 사람들은 이른바 숙청됐다. 적어도 노조 집행부는 그걸 확신한다.

김상수 노조위원장 역시 적대적인 박시장과 몇차례 충돌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체간 교섭이 원활하게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상호존중이라는 바탕이 처음부터 깔려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끼리는 싸울 뿐이다. 이기지 않으면 지기 때문이다.

통섭의 길은 그래서 막혔고, 그 간극은 갈수록 넓어졌으며, 노조가 시장의 자진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상명하복의 공무원조직은 이럴 때 선악을 초월하는 일부 공무원들의 부화뇌동으로 몸살을 앓게 마련이다. 공조직 안에서 하극상이란 곧장 반란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응징의 칼바람 앞에서 노조가 교섭단체의 지위로 사용자인 시장과 수평적 관계에 놓여있다는 법률상 해석은 단숨에 지리멸렬하고 만다. 더구나 피라밋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의 격노가 전파되면 비열하기 짝이 없는 행태들이 속출한다. 역적 죽이기는 인사권자의 눈에 띄기에 가장 좋은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심을 잡고 선악을 가린 공무원들은 무사할 수 없다. 인사권자가 바라는 것은 따르는 자이지 거부하는 자가 아닌 탓이다. 이런 광풍이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익산시민들이 불행한 이유다.

두 주체는 반드시 화해해야 한다. 상호 대립하고 있는 이해란 두 주체가 부여 받은 정체성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모두가 당장 공직에서 물러나려는 각오가 되어있지 않다면, 즉각 무장을 해제하고 서로에게 어떻게 필요한 존재가 될 지를 고민해야 한다.

화해는 힘을 가진 쪽에서 청해야 성사된다. 상식이다. 박 시장은 안하무인의 일방통행을 중단하고 노조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리하여 두 주체가 존재하는 이유를 재확인해야 한다.

익산시민들은 오늘과 같은 극단적인 대립과 반목으로 도시발전의 퇴행을 거듭하라고 시장을 선출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오직 집단이기주의에 매몰된 공무원들에게 월급을 주고싶어 하지 않는다.

더구나 아버지는 자식을 형사고소하고, 자식은 밥을 굶으며 저항하다가, 결국에는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는 패륜적 형국을 차마 어떻게 더 지켜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