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6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지난다. 인류사에 영원히 남을 대한민국의 참극은 그러나 대한민국 안에서는 한낱 교통사고로 축소·왜곡되는 일련의 현장을 국민들은 목도해왔다. 세월호 사건을 사건으로 마주하길 거부하는 국가에 의해 참사의 진실은 세월호와 함께 심해에 가라앉아 있다. 나아가 정부는 보상금으로 유족들을 능욕하고, 의심을 받고있는 정부가 진실규명의 주체이기를 고집한다. 세월호는 그 무게만큼이나 가라앉은 깊이만큼이나 크고 음습한 의혹들을 지니고 있지만, 땅 위에서 그것을 말하는 자들의 인간성은 이성을 상실한 국가에 의해 참혹하게 유린되고 있다. 밝혀져야 할 진실은 너무나 많다. 출항 직전 선박직 직원들이 간절하게 출항을 거부한 이유가 과적 때문인지, 일기불순 때문이었는지, 모든 선박이 출항을 취소했는데 안개 낀 밤바다를 가르며 옮겨야 할 수화물이 무엇이었는지, 도대체 정부가 진실규명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줄기를 따라가면 다 드러날 것이다.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배에 생때같은 희생자들을 태운, 304명의 희생자들을 담보한 그것이 무엇인지, 감추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해군과 119구조단, 각지에서 모여든 잠수사들, 주변 해역에 있던 어선들이 세월호 침몰 해역에 몰려들었지만 구조하겠다는 그들을 막아선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가 감추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커지는 것이 세월호 참사의 특징이다. 세월호의 진실은 안전불감증으로 썩은 환부에 메스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 앞날을 비추는 빛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이 광화문에서 천막 하나로 혹한을 견디며 단식으로 결의를 보여왔지만, 약속을 밥먹듯이 어기는 대통령과 억지를 부리고 어깃장을 놓는 여당 그리고 무책임하며 무능한 야당으로 인해 국론은 사분오열됐다. 잔혹한 1년이었다. 세월호를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서로 다른 각도로 볼 일인가. 대립각을 세울 일인가. 재앙을 당해 본 사람만이 그 슬픔의 무게와 깊이를 알 수 있다. 그런 슬픈 일은 다른 누구에게든지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는 일념이, 사람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는 자각이, 보상금을 좀 더 받아낼 연극으로 매도 당할 일인가.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만들자는 외침 조차 종북몰이의 대상이 되는 이상한 나라다. 진실규명은 희생자 가족들이 희생자를 비로소 가슴에 묻을 수 있게 해주는 길이다. 정부를 향해, 국민을 손톱만큼이라도 생각한다면 일말의 책임이라도 느끼라며 분노를 드러내는 것을 전근대적적 마인드로 치부하는 것이 정말 용납되어야 할 행태인가. 여성 유가족들의 삭발은 남같은 정부에 대한 항의가 아니라, 그들의 치욕은 어떤 방법으로도 표현할 길이 없다는 입장표명에 가깝다. 지난 1년 동안 최소한 사고의 원인파악도 안 되고, 구조당국에 대한 수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온갖 비방과 눈물과 설전 속에서 진실은 더 깊이 수장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애절한 몸짓이다. '잊지말자', '덮으려고 하는 것은 단죄의 대상이다', '묻히는 것을 온 몸으로 막는 사람을 밀어내는 것은 국가를 전복하는 행위에 다름아니다'. 그런 메시지를 담은 플래시몹이다. 대통령의 정치적 피난과 희생자 가족들을 억압하는 정치적 프레임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준엄한 경고다. 삭발이, 단식과 노숙보다 더 처연한 것은, 부끄러운 줄 모르는 정부와 세상을 향해 부끄러운 것을 드러내어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인간이다"는 경종을 울리려 한 까닭 때문이다. 고통보다 수모가 더 견디기 어렵다는 것을 당신들은 아는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수치심에 떨다 생을 마감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보라. 그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에게 얼마나 날카로운 비수가 되었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1주기를 맞아 더이상 국민을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한 특단의 조처들을 해야 한다. 진심을 가지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라. 국민은 무능한 국민이 되어 주저앉지 않으려는 것이다. 국민의 역량으로 치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 아닌가. 더이상 국민을 경시하며 부끄럽게 하는 것은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다. 국민들이 띄우려는 내일의 세월호에 무임승차라도 해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