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시장의 당선은 시민들에게 '희망'보다 '불안'을 먼저 안겨줬다. 직후부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되어 조사를 받으러 다녔다. 첫 번째로 단행한 정기인사 파동으로 익산시 조직이 파열음을 냈다. 공무원들의 익산시의회 불출석을 지시하는 등 정치권과의 갈등이 팽배하다.

박 시장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으러 다녔다. 공무원은 근무시간에 이유없이 근무지를 이탈하면 중징계 대상이 된다. 시장은 선출직 공무원이기에 선출되는 과정에서의 문제로 근무시간에 법원에 드나드는 것이 태생적으로 불가피한 것이어서 용인받을 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주요부서 간부들과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피고인 박경철을 수행하듯 법정에 몰려다니는 것은 어떤 법에도 허용되는 바가 없다.

또한 박 시장 역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재판 기일마다 자리를 비워 거의 한나절씩 시정공백을 발생시키는 책임이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박 시장은 단 한번도 시민들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고, 원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았지만 공인으로서 최소한의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인사불만이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있는 가운데, 불에 기름을 붓는 것 같은 두 번째 정기인사가 단행됐다. 무리한 승진인사로 익산시청 인사 수뇌부와 담당부서가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무원칙한 첫 번째 정기인사를 논박하고, 무소불위의 독단과 전횡을 일삼는 박 시장에게 사퇴를 촉구한 익산시공무원노조 집행부 간부들을 일선 면사무소로 전보발령해 또다시 익산시 조직에 격랑이 일었다.

박 시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익산시 노조 김상수 위원장을 형사고소하고 중징계를 의뢰했다. 김상수 위원장은 보복성 인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일인시위를 마친 뒤, 지난 겨울 혹한 속에서 익산시청 주차장 한 켠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을 하다가 닷새 째 되던 날 탈진하여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물의를 일으킨 박 시장은 시민 앞에 이렇다 저렇다 일언반구 말이 없다. 설령 공무원들로부터 제기되는 여러 문제가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부덕의 소치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단체장의 도의적 책임마저 방기하고 있는 꼴이다.

의회와의 갈등은 박 시장이 민간단체의 식순에서 정치인들의 축사를 빼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축사를 의뢰받고 행사에 참석한 익산시의회 의장이 자신의 축사를 뺀데 대해 혼잣말로 불만을 토로한 것이, 박시장이 집행부 공무원들에게 의회 회기 중 본회의장에 출석하지 마라고 지시하는 빌미가 됐다.

이 과정에서 익산시는 전혀 공공기관 답지 않은 원색적인 성명을 두 차례나 내면서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의회를 압박했다. 박 시장의 이같은 정치권과의 대립각 세우기는 익산 갑·을지역 양 국회의원들에게도 큰 상처를 입혔다. 박 시장은 국가예산 확보 등에서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협조를 구하기는 커녕, 국회의원의 공적을 가로채는 치기어린 행태까지 보였다.

독선에서 비롯하는 박 시장의 이질적인 자존심이 시민들에게 입지 않아도 될 피해까지 안겨주고 그걸 고스란히 감당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결단코 '시민이 시장'이라고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시장답지 않다. '시장이 제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야기한 이런 모든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할 수 없다.

지난 20일에는 전국에서 공무원노조원들이 익산시를 방문, 부당한 인사 중단을 비롯해 노조 와해작전 즉각 중단, 부당한 지시와 비난 받을 행동 즉각 중단, 난무하는 고소고발 즉각 중단 등을 촉구하고, 의회와의 소통과 노조와의 열린자세 대화를 주문하는 성명서를 박 시장에게 전달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이같은 불안 전선을 형성한 사건들로 익산시는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박 시장이 짧은 임기 중에 일으킨 치욕적인 사건들은 이 밖에도 여럿 있다. 전국공무원노조의 주장과 요구는 정당하다.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되었다. 박 시장이 지금까지 벌인 비정상적 사건들에 대해 시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하는 이유다.

새 출발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