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문화권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진입했다. 세계 백제시대의 막이 오른 것이다. 기쁨을 표출하며 함께 나누는 열기가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와 전북도, 익산시, 익산출신 두 국회의원들이 후속조치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연일 천명하고 있다.

그 약속들을 몇가지로 간추려 보면, 우선 그동안 가치를 제대로 발현하지 못하고 있는 백제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조사와 연구, 학술대회 등을 통해 콘텐츠를 확충해 나가겠다는 것을 비롯해, 정부차원의 세계유산 전담 관리기구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것, 7천억원의 예산으로 미륵사지석탑 복원과 왕궁 유적지 발굴 등 4개 분야 38개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것, 앞으로 크게 증가하게 될 국내·외 관광객 맞이를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겠다는 것, 교통안내와 관광 기반시설 구축, 음식·숙박업소 정비 등을 실시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는 두 가지 막중한 과제가 보이지 않는다. 그 하나는 왕도 익산의 역사적 정체성을 정립하는 일이다. 다 차치하고라도 무왕의 백제 천도설 조차도 정사를 수정 할 힘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오랜 현장 채증과 연구를 통해 후기 백제의 천도지로 비정한 금마·왕궁지역 일원에서는 백제 왕궁과 도읍이 존재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유물과 유적들이 대거 발굴 됐다.

하지만 이는 다른 여러 설들과 뒤섞이면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고대왕국의 도읍을 입증하는 유물이라면 다른 왕도지역에서 출토된 것보다 규모와 다양성 면에서 단연 압도적인데도 그렇다.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익산왕도에 대한 고증이 사학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번번히 좌절된 것이다.

국가기관이 아닌 원광대학교 부설 연구소라는 마백문화연구소의 한계를 딛고, 사학계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귀를 기울이도록 권능을 부여받은 백제문화연구기관 설립이 필요하다. 이는, 소멸의 기로에 놓여있는 익산지역의 고유축제인 서동축제를 적실하게 전승시킬 방안이기도 하다.

역사는 스토리텔링 되어야 하고, 스토리는 공신력이 뒷받침돼야 살아 숨쉰다. 지역축제는 고유한 역사와 문화의 꽃이다. 공신력을 획득한 서동축제야 말로 '세계의 익산백제 시대'를 융성케 할 도구다. 역사 관광의 요소 가운데 즐길거리인 축제를 빼고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셰익스피어 같은 대문호가 희곡을 쓰지 않는 한 한낱 지어낸 이야기는 사람들의 귓등을 넘지 못한다. 따라서 이제 익산은 무왕의 익산백제 천도와 서동·선화이야기를 교과서에 수록하는데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또 하나는 익산에 마한백제시대 유물들을 수용할 국립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려온들 익산에서 그들에게 내놓을 게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발굴된 유물들을 타지역에 보관한다는 것부터 어불성설이다.

발굴된 역사문화 원형을 제외하고 고유축제와 유물을 모아놓은 국립박물관 보다 더 가치가 있는 콘텐츠가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