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선 6기 익산시가 재정 비상체제를 선언하자 중요하고 시급한 사업들이 중단되거나 지지부진한 상태에 빠져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지역사회를 뒤덮었다. 특히, 시민들은 민선 5기까지 멀쩡하던 시 재정 형편이 민선 6기에 갑자기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더구나 지난 민선 5기 체제는 과도하게 발행한 기채 상환계획에 차질을 주지 않기 위해 지속적인 긴축예산을 편성해 왔다. 불요불급하거나 선심성, 전시성 예산들이 최대한 배제된 것이다. 말하자면, 중요하고 시급하지 않은 예산이 있었다면 의회에서 승인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옳다.
그래서 올 하반기 동안 집행될 예산을 중단시키거나 다른 용도로 전용하고자 한다면 지극히 신중한 태도로 당초 예산 편성 목적을 검토해야 한다. 내년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도 지나치게 '조기 부채 상환'에 매달리면 수많은 민원을 야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시민들에게 책임을 분담시키는 것이 불가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선 6기의 출범과 함께 시민들이 우려했던 일들이 속속 현실이 되고 있다. 신임 시장이, 민선 5기에서 편성되고 의회가 승인한 신규사업들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하자, 진행되던 사업들의 예산 집행이 중단된 것이다. 여기에는 장기간 행복추구권을 박탈당한 채 고통을 호소해온 주민들을 구제하는 사업들도 포함되어 있다. 서부지역 전원마을 조성사업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사업은 서부권 악취의 주 진원지인 대규모 축사(영명농장)를 추방하고 그 자리에 78가구의 전원주택을 짓는 것이다. 사업설명회에 수백명의 시민들이 몰려 관심을 보였던 사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업을 추진하던 농어촌공사가 홈페이지에 입주자 공모를 보류하면서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 사업의 총 사업비는 30억원인데, 국비 21억원에 익산시가 9억원을 보탠다. 익산시는 다행히 지난 18일 사업추진 재개를 결정했지만, 이 과정에서 행정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하고 시민들에게 상당한 불안감을 안겨줬다. 서부권 주민들이 묵은 악취고통에서 벗어날 희망을 갖게 된 순간에 민선 6기 익산시가 제동을 건 것이다. 무엇보다 오랜 숙원해결을 가로막으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과 협의 한 번 하지 않은 것은 익산 시민들로부터 공분을 살만한 일이다. 악취 문제는 비단 서부지역뿐만 아니라, 익산시 도심 전역의 문제이고, 수많은 악취민원의 누적은 악취구역 지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신임 시장이 이런 현안문제를 모르고 있을 리 만무한데, 감채를 위한 사업취소 검토대상으로 삼았다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신임 시장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시민들의 정서를 읽는 것이다. 시민들은 살림살이를 맡은 사람들이 저지른 잘못이 있다면 끝까지 책임질 일이지 그 책임을 시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자치행정기관의 문제를 자꾸만 부각시키고 시민들에게 부담을 분담 지우는 것은 민선 6기가 자멸을 자초하는 꼴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