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공무원노조가 유사이래 가장 강도 높은 표현으로 박경철 시장의 첫 번째 인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노조의 총평은 "보복성 좌천과 특혜·불공정한 인사"로 요약된다.

특히, 박 시장은 인사에 앞서 노조와 간담회를 갖고 "보복성·정실·줄서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한 공언했으나, 그 약속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인사를 단행한데 대한 절망감이 익산시 공무원노조를 뒤덮고 있다. 불공정성과 부도덕성을 동시에 거론한 혹평이라는 점에서 갓 출범한 민선 6기의 동력이 크게 소실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더구나 박 시장이 표방한 기존 인사시스템 개혁이 최소한 건드리지 말아야 할 상식을 깨뜨리는 수준까지 나아갔기 때문에 익산시 공조직은 깊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노조의 표현을 빌리면 '뒤죽박죽 불공정'한 이번 인사는, 단지 주요부서 근무자라는 이유로 전임 시장 사람이라는 멍에를 씌워 일선 읍면동이나 다른 부서로 방출한 점과, 업무추진 능력이 부족하고 조직 내 신망도 낮은 사람은 전임 시장으로부터 소외됐다는 이상한 논리로 승진시킨 점 등으로 정리된다.

이같은 부적절한 기준은 각 직렬별 안배에도 영향을 끼쳐, 그동안 인사가 적체된 직렬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소수직렬의 고위직을 과도하게 늘린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노조는 이와 함께 비리 공무원을 승진시킨 점을 지적하면서, "이는 조직안정과 사기 저하는 물론 공무원의 마지막 자존심인 영혼을 깨뜨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새로운 민선 6기 체제를 앞두고 공조직의 생리를 잘 모르는 박 시장의 인사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박 시장은 첫 번째 정기인사에서 공조직을 통째로 흔들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강력한 완력을 행사했다. 이토록 대대적인 변화를 준 인사는 특별한 신념이 없이 불가능하다.

박 시장은 우선 나름의 승진인사 원칙을 이번 정기인사의 변으로 내놨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소수직렬을 대폭 배려했다는 것이다. 이 생각은 실제로 사무관 승진 대상자 10명 가운데 절반을 소수직렬로 채우는 결과를 낳았다.

상대다수를 차지하는 행정직들의 입장에선 소수직렬의 약진에 인사 적체 해소 기회를 그만큼 놓친 꼴이다. 박 시장이 황금분할을 운위하지만, 직렬별 총량의 비율이 인사요인에 있지 않고 직렬별 현황을 기준으로 구해져야 하기 때문에 공정성이 결여된 것은 명백하다.

단지 주목해 볼 일은, 열심히 일하고 조직 내에서 신망이 두터우면 직렬간 형평성이라는 강고한 기준도 승진에 장애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수적으로 많은 직렬의 승진 대상자들이 능력과는 무관하게 그저 형평성이라는 미명 아래 승진을 독점하는 구조를 타파하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소위 발탁인사는 청탁과 거래를 철저하게 배제해야 한다는 절대명제를 안고 있다. 누가 보아도 합리적인 의미가 전제되어야 한다. 한직에서 묵묵히 일한 사람을 발탁했다거나 단순히 비주류의 설움을 달래기 위해 기존의 인사 기준을 파괴했다는 정도로는 발탁인사의 명분이 될 수 없다.

발탁인사는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시장이 조직 장악력을 완전히 잃게 될 수도 있는 문제다. 과연 이번 인사에서 적용한 새로운 인사 기준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인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이번 인사가 인사라인의 중간 고위직 공무원들의 의견보다 최근 승진한 특정 국장의 입김에 좌우됐다는 설이 흘러나오면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조직의 선명도가 책임과 의무감을 증진시키고 조직의 활력을 높인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어떻게 보아도 보복으로 보이는 전보인사를 다시 살펴 다음 정기인사에서 바로잡아야 한다. 창조적 마인드를 가진 공무원들을 이번에 대거 배제했다면, 그런 인사기준을 표방한 박 시장에게 큰 손실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익산시 노조는 무질서하고 무원칙적인 인사를 지적하면서, 그 같은 인사를 단행한 배경을 밝히라고 촉구한다. 부당한 권익침해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이는 엄포용일 공산이 높다. 최근 노조는 더이상의 입장표명을 자제하는 태도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시장은 이미 내놓은 노조의 입장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무원의 단체행동은 어떤 이유로든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