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호의 첫 번째 국가예산 확보 성적이 수준 미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국회심의를 앞두고 있지만, 정부 각 부처에서 취합된 예산을 심의한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익산시 국가예산액을 1,257억원으로 최종 갈무리했다.

이는 지난해에 확보한 올해 예산액 1.934억에서 35%나 감액된 수준이다. 민선 5기를 이끈 이한수 시장이 예산철마다 수시로 중앙부처를 드나들고, 여의치 않으면 며칠씩 서울에 상주하며 모든 인맥과 지략을 동원해 끌어 올렸던 예산액이 하루 아침에 3년 전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의 익산시 국가예산은 1,272억원이었는데 2013년에는 1,598억원, 2014년데는 1,934억원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정부 관련부처 간부들이 '안되면 될 때까지 끈질기게' 찾아다니며 머리를 조아리던 이한수 시장의 열정에 감복한 결과다.

국회로 넘어간 내년 예산편성 항목을 보더라도 두 손 놓다시피 한 실정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익산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사업들의 예산액이 턱없은 규모로 반영되거나 외면당해 지지부진한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고도보존육성사업은 목표액 140억원 가운데 72억원이 반영되는데에 그쳤고, 익산국립박물관 예산으로 요구한 50억원은 전면 묵살됐다.

게다가 내년도 국가예산 편성 내용을 보면, 계속사업이 대종을 이룬다. 이같이 저조한 국가예산 확보 실태는, 지역개발사업들이 크게 위축될 것을 예고한다. 또 희망이 없는 도시로 추락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누누이 제기되고 있는 바와 같이, 이런 익산시의 행태로 인해 지자체가 발주하는 사업들에 생계의 끈을 대고 있는 직간접적인 업종들이 줄줄이 도산하거나 스스로 폐업하고 익산을 버리는 사태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일단 공이 이춘석을 위시한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이미 집행부가 갈무리한 예산을 국회 상임위와 예결위가 그 범위를 넘어서 수정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다행히 이번 회기에는 이춘석 의원이 예결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미련을 버리기는 어렵지만, 이춘석 의원과 전정희 의원이 예산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고 하더라도 생떼에 가까운 투쟁 없이는 극미한 성과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일을 이렇게 만든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소극적인 태도다. 국가예산 확보에 공무원들이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국가공무원들 눈에는 지방공무원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불가피한 계층구조 탓이다. 그래서 시민들을 대표하는 시장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박경철 시장이 국가예산 확보의 중요성에 걸맞게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