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는 각 행사 주체들에게 식순에서 정치인을 빼라고 지시할 권한이 없다. 남의 제사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작태다. 그런데도 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행사주체들을 강박하여 현역 국회의원과 익산시의회 의장의 축사를 빼도록 요구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다. 평생학습축제, 익산예술제, 줌마페스티벌 같은 행사는 1년에 한 번 그들이 잔칫상을 마련하는 것이고 그것을 시민들이 함께하는 것이다. 그런 잔치에 시의원들과 대의기관의 수장,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는 관행은 우리가 지켜야 할 미풍양속이다. 이는 또한 현역 정치인과 시민들의 거리감을 좁혀 생활정치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정치인이 시민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권위주의의 잔재라고 말한다면, 정치인이 시민들과 멀리 떨어져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권위주의를 탈피하는 것이란 말인가. 또, 국회의원과 시의회 의장의 축사가 권위주의적 잔재라면 익산시장은 왜 축사를 계속한다는 것인가. 순전히 행사를 간소화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라면 시장의 축사도 빼야 마땅하다. 그러나 각성해야 할 것은 각 행사 주체들의 고유 권한에 제동을 걸고 개입하는 것이야말로 권위주의적 발상이라는 사실이다. 거기에서 발생한 직권남용은 익산시장을 비롯한 집행부 공무원들의 익산시의회 본회의 불참이라는 초유의 직권남용으로 이어졌다. 박경철 시장의 독단과 전횡에 항의한 조규대 의장을 제물로 삼고 있지만, 행패는 집행부가 먼저 부렸다. 지난달 26일 평생학습축제에 축사를 요청받고 간 현역 국회의원과 시의회 의장을 배제했다. 같은 날 저녁 익산예술제에서는 익산시의 지시를 받은 주최 측이 축사를 가로막았지만, 뜻을 굽히지 않고 축사를 감행한 조규대 의장을 향해 박경철 시장이 "저놈들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격노했다. 도대체 이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가 주었다는 말인가. 이런 작태에 "지금이 전두환시대냐"는 반응이 폭언이 될 만큼 거칠다는 말인가. "저런 것이 시장이냐"는 말이 법적으로 처벌받을 만큼 중한 인격모독인가. 나아가 이것이 의장직을 사퇴해야 할 만큼 중대한 문제가 되어야 하는가. 누가 보아도 "저놈들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표현은 개인적인 감정의 표출이다. 반면, 독재시대를 떠올리고 시장의 자질을 의심하는 것은 반민주적인 박경철 시장의 행태를 객관적으로 우려한 정서의 발로다. 과연 누가 직을 사퇴해야 하겠는가. 의회는 즉각 박경철 시장이 자행한 일련의 직권남용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라. 31만 대의기관의 업무를 방해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박경철 시장의 죄가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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