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시장이 자신을 고발한 주체가 무고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호언해 놓고, 고발인을 무고죄로 고소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박 시장은, '박 시장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해 부당하게 시장에 당선됐다'고 고발한 쪽을 향해 자신을 무고한 것이라는 취지로 무고죄는 벌금도 없다고 호언했다.

당선 직후 보도를 전제한 소통신문과의 인터뷰에서였다. 박 시장은 채규정 전 시장이 소각장 건설업체를 코오롱으로 정했는데 이한수 시장이 대우로 바꾼 것이 사실이라며, 자신이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무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 시장은 검찰 조사에서 전제한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단 한 건도 제출하지 못했다. 애먼 신문기사를 증거라고 제출했다. 박 시장은 6.4지방선거 방송 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해 고발됐다. 채규정 전 시장이 코오롱으로 소각장 건설업체를 선정했는데 이한수 시장이 당선 직후에 대우건설로 바꿨다는 게 요지다.

그러나 당시 익산시장 후보였던 박 시장은 그때 신문기사를 인용한다고 밝힌 것이 아니라 '자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검찰 조사에서 자료를 내놓지 않고 엉뚱하게 신문기사를 증거라며 제출한 것이다.

더구나 해당 신문기사는 아무것도 단정한 바가 없고 떠도는 설과 정황들을 추론하여 의혹을 제기했을 뿐이다.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박 시장은 선거기간 중 방송 토론회와 언론을 상대로 한 인터뷰에서 거듭 사실을 단정했다. 그래놓고도 신문기사를 증거로 제출하면서, 자신에게 보통의 문장 변별력도 없다는 것을 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박 시장에게 적용된 허위사실 공표의 핵심은, 토론회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이한수 전 시장을 비리시장으로 인식시킬 목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자료가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부도덕을 표징하는 것이고, 반칙으로 시장직을 가로챈 범행이다.

따라서 박 시장은 자신이 떳떳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피고발 된 직후 호언한 대로 자신을 고발한 사람을 무고죄로 고소해야 한다. 동시에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증명력 있는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선거방송 토론회와 소통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거듭 근거가 있다고 했지 않은가. 많이 가지고 있다고도 강조했었다.

만약, 근거가 없다면, 근거가 있다고 한 거짓말이 박 시장의 고의성을 반증한다. 허위사실을 공표하면서 그것을 믿게 할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의 행각을 보면 그것을 믿게 할 목적이 강했다.

사법부의 판단과는 별개로, 박 시장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은 선거방송을 지켜 본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다 알고 있다. 박 시장에게 제대로 된 근거가 없다면, 애당초 그 근거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 시장직에서 사퇴하는 게 옳다.

재판 과정과 결과가 박 시장 자신의 그나마 남루한 삶에 깊고 광범위한 상처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것을 지켜보는 익산시민들 역시 믿고 싶지 않은 현실 앞에서 자괴감으로 떨면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을 것이다.

박 시장이 스스로 내건 슬로건인 '시민이 시장입니다'가 진정성의 발로였다면, 조금 늦은감은 있지만 그나마 지금이 아름답게 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