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지난 9월 11일 10시 모현우남아파트 주민들에게 긴급대피명령을 내린 이후 총 103세대 가운데 10월 23일 현재 이주비를 지급받고 집을 비운 세대는 18세대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70%인 13세대는 세입자들이고 30%에 해당하는 5세대만 소유자들이었다.

세입자들이 이주한 13세대의 아파트 소유자들은 망연자실이다. 아파트를 팔자니 가격이 폭락했고, 전세를 내놓을 수도 없다. 자신의 아파트에 이미 이주비용이 지불됐기 때문이다. 박경철 시장의 대책없는 대피명령은 이렇게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았다. 손해배상론이 이는 이유다.

특히, 모현우남아파트에 대한 긴급피난명령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40여 세대는 비대위를 꾸려 이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총 103세대 가운데 당초 비어있던 11세대와 이주한 18세대를 감안하면 빈 집은 모두 29세대다. 나머지 74세대 가운데 절반 가까운 세대가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그렇다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34세대가 이주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33평형 기준으로 거래가가 9천만원 수준이었던 아파트 가격이 폭락해 6천5백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어 일단 아파트를 팔겠다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사태를 이지경으로 만든 익산시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게다가 익산시는 지난 2일, 10월 말까지 대피하라고 압박했다. 불응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단전·단수조치를 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한 것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42조에 근거한 계고다. 이 법은 1단계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와 2단계 과태료 미납시 압류조치, 3단계 경찰 공권력에 의한 강제대피조치, 4단계 전기·수도 공급 중단 등을 정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파트 가격 하락과 관련한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투기업자들이 아파트 가격을 최대한 떨어뜨려 헐값에 사들인 뒤 재건축 또는 재개발을 통해 이권을 취하려한다는 의심이 그 발화점이다. 특정한 세력이나 특정 건설사의 불순한 목적과 익산시의 대피명령이 맞물려있다는 의혹이 커지는 이유다.

아무튼 대피명령부터 지금까지 익산시는 모현우남아파트 주민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이로 인해 대피명령 이전보다 고통과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훨씬 더 크고 절실해졌다. 박경철 시장의 독단이 부른 참상이다. 모현우남아파트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