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익산시 의원들이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자료가 필요할 경우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의원이 자료를 요구하면 시장의 결제를 받고 내 주도록 익산시가 사무규칙을 변경해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의원들의 자료 요구내용을 친람하고 직접 걸러내겠다는 박경철 시장의 의지가 반영 된 것이다.

과장 혹은 국장 전결사항이었던 사무를 시장이 전부 떠맡는다 하니, 박경철 시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한가한 자치단체장인 것이 분명하다. 방대한 자료요구 내용들을 검토하고 선별하느라 다른 일은 거의할 수가 없는 지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의회에 자료를 제공하는 사무의 전결 절차를 없앤 것은 지방자치 이래 전무했을뿐더러 앞으로도 없을 일이다.

그 사무가 단순히 자료를 주고받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행부와 의회가 소통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우선, 전결권을 가진 부서장이 의원에게 자료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전문적인 설명을 통해 의원의 오인을 해소하는 순기능이 거기에 있었다. 또, 부서장과 의원간에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이루어지는 과정이었으며, 그런 기회를 통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는 방편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완충지대가 없어졌다. 오직 감시자와 피감시자가 있을 뿐이며, 자료를 요구하는 자와 내주는 자의 신경전으로 집행부와 의회의 관계는 급격히 경색될 것이 틀림없다. 이런 백해무익한 일을 박 시장이 왜 주도하고 있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더구나 의원들의 시정질문이 예정된 의회 본회의장에 자신은 물론 공무원들까지 참석하지 않도록 지시해 전국적으로 망신을 산 직후에 벌어진 일이다. 반성은커녕 더 퇴보한 불통 국면이다. 대립각을 세우고 충돌 요인을 자꾸 만들면서 성취할 수 있는 것이란 아무 것도 없다.

더구나 일부 의원들의 고압적인 태도를 고쳐놓겠다며, 고압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또 다른 치킨게임의 양태다. 이런 유아기적 사고의 발로를 방관하거나 동조하는 공무원들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해서는 안될 생각이지만, 도대체 이런 무모한 게임에서 집행부가 이길 수 있다고 보는가. 지방자치 체제 아래서 의회를 거슬러 집행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 하나라도 있다는 말인가.

시간이 어떻게 굴러가든 나는 상관없다는 심산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할 수는 없다. 누구든지 위험한 박 시장을 멈추게 하지 않으면, 익산시는 회복불능의 상태에 떨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