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상대 다수가 민선 6기 박경철 호를 불안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통신문이 전문 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평균 60.4%가 박 시장의 시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평균 25.1%만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특히 여론 주도력이 높은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더 많이 '박 시장이 시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30대를 비롯한 40대, 50대의 부정적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시사하는 바가 크다. 60대 이상의 기성세대가 아닌 청·장년 세대에서 박 시장을 우려하는 시각이 더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20대와 60세 이상의 경우에서도 긍정·부정 평가가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는, 박 시장이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내세운 '시민이 시장이다'라는 슬로건이 민선 6기의 시정운영에 잘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 정책기조에 대해서 응답자 가운데 55.4%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은 32.0%에 불과했다. 또한 박 시장이 '시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부정평가층의 85.9%가 '시민이 시장이다'는 슬로건이 시정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정운영과 정책기조의 관련성에 방점을 찍고 주의깊게 익산시정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결과다.

무소속 후보가 들고 나온 슬로건이었기 때문에, 무소속 시장에게 거는 기대가 거기에 쏠렸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감도 그만큼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민선 6기의 경쟁력이 그만큼 낮은 것을 방증하는 것이어서 전면적인 진단과 바람직한 방향성 모색에 나서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를 엿볼 수 있는 결과다..

무소속 시장다운 지표가 없다는 것은 정체성 부재를 방증하는 것이어서, 시민들이 이룩한 6.4지방선거 결과는 그 의미를 잃고 말 것이며, 시정의 동력도 상실해 산적한 문제들을 풀기는커녕 오히려 수많은 난제들을 양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같은 실정은 고립을 반증한다. 적어도 박 시장이 의회와의 대립구도를 악화시키지만 않았어도 '시민이 시장이다'는 슬로건이 '시장은 시민위에 군림한다'로 읽히지 않았을 것이다. 나아가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적대시하는 태도는 지역언론을 편가르기 하고, 정당한 시민단체 활동을 폄훼하고, 공직사회를 두 동강내는 데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지 않고는 박 시장에게 출구는 없어보인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박 시장이 시정운영을 잘 못한다고 보는 시민들의 인식은 그의 정치권과의 불통이 익산시 발전에 큰 저해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평가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시장의 지역 정치권과의 소통부족으로 익산시 재정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데 응답자 중 57.4%가 동의했다. 부동의는 28.3%에 불과했다. 20대, 30대, 40대가 소통부족을 재정확보 장애로 꼽았다. 장기적으로는 박 시장이 능동적으로 정치권 통합노력을 기울이고, 단기적으로는 적극적인 대정치권 교섭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여망이 담긴 결과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단체장의 덕목은 '독선을 버리고 신중하라'는 것이다. 전국익산농기계박람회 개최가 무산된 것에 대해 응답자 중 55.5%가 '잘못된 일'이라고 답하고 17.9%가 '잘된 일'이라고 답한 것을 보면, 넓게는 민선 6기 익산시의 '농도 익산'에 대한 이해가 박약한데다 FTA 등 급변하는 국제 농업시장에 대한 대응태세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시민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나아가 박람회 개최기간 동안에 유발될 농기계시장을 비롯한 요식업, 숙박업, 대중교통, 특산물 시장 등의 천문학적인 직간접적인 특수도 감안하지 않은 채 오직 2억원의 개최비용을 아끼려다 무산 사태를 초래한 익산시의 책임을 시민들이 묻고 있다.

박 시장이 신중한 검토 없이 독선적으로 추진한, 먹는물 체계를 기존 정수처리체계에서 광역상수도체계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시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의견도 56.8%에 달했다. '반면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20.1%에 불과했다. 물이용 부담금 증가 등 요금 인상이 우려되므로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시정운영 긍정·부정 평가층 모두에서 '신중 추진' 응답이 높게 나타난 점과, 계층과 무관하게 모든 성별·연령층에서도 '신중 추진' 응답이 높게 나타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수도체계 전환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익산시가 의회의 재검토 요구를 묵살하고 별다른 수정 없이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천명한 데 대한 시민들의 평가라는 점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될 지점이다.

박 시장의 공약사업인 '시청 일부 부서 함열 이전' 역시 여론 수렴없는 일방통행식 추진에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쏠렸다. 추진을 반대하거나 신중한 추진을 요구하는 응답자가 78.6%에 달했고,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17.9%에 불과 했다.

시민 공감대 형성을 거쳐 추진하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일부 부서를 이전하는 것으로는 균형발전의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그 뒤를 이었다. 모든 평가 계층과 연령층에서 '신중 추진'이 높게 나타났다.

민선 6기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아직 만회할 기회는 많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난 데 대한 깊은 성찰과 여론조사 결과에서 투영되는 익산시의 방향성을 잘 포착한다면 익산시가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하지 못할 법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