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원칙 어긴 전북도행정심판위원회

"익산시의 웅포관광지 제3지구(이하 웅포골프장) 사업기간 추가연장 불허 조치를 철회해 달라"는 취지로 (주)웅포관광개발이 낸 전라북도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서가 지난 26일 익산시에 도착했다. 행정심판위는 청구인의 요구를 인용했고, 익산시는 청구인의 신청서를 전라북도로 보내 전라북도의 판단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행정심판위가 청구인의 요구를 인용한 '잣대'가 익산시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웅포골프장 사업기간 추가연장을 불허 할 경우 '업자의 피해가 커 비례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이번 행정심판위의 재결 골자다. 전라북도행정심판위원회가 익산시민들의 피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서 업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내린 결정인 것이다.

비례원칙이 뭔가. 기본권을 제한하는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 수단이 적정해야 하며, 최소한의 피해를 주면서, 그 작용으로 인해 달성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사이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행정행위의 과잉을 금지하는 원칙이 '비례원칙'이다.

행정심판위는, (주)웅포관광개발이 사업기간을 4년 동안 연장 받았음에도 사업을 완료하지 못했다는 점을 알았다. 또, 당초 월드골프챔피언십을 개최해 익산을 골프관광 레저도시로 건설한다는 당초의 사업목적을 달성하지 않았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골프장만 늘리고 공익시설부지를 대부분 잠식했기 때문에 사업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 조차 희박하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이같은 (주)웅포관광개발 측의 협약 위반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사업기간을 연장해 주지 않은 경우 (주)웅포관광개발측의 피해가 너무커서 비례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행정심판 결과가 익산시민들을 기준으로 볼 때 비례원칙을 위배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강변 할 것인가. 월드골프챔피언십은 웅포골프장을 관광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추진할 수 있게 하는 단초가 되었다. 관광개발은 골프장 조성사업을 공공사업으로 추진 할 수 있게하는 근거가 되었고, 당초 골프장 예정부지에 들어있는 개인 토지들을 강제 수용제결해 거의 강탈하는 결과를 불렀다. 익산시는 이렇게 헐값에 사들인 골프장 예정부지를 개발이익을 전혀 부가하지 않고 역시 헐값에 업자에게 넘겼다. 공영개발 관련법을 위반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렇게 현지 주민들의 피눈물을 헌납받은 (주)웅포관광개발은 사업 목적인 월드골프챔피언십을 계획연도(2007~20088년)에 개최하지 않았고, 개최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국토변경 과정에서 27홀로 한정되었던 골프장을 당초의 목적인 월드골프챔피언십을 개최하기 위해 36홀로 증설하는 명분으로 삼았던 업자였다. 골프장만 조성하고 증설해서 골프장 운영수익만을 거둬들인 업자였다. 사기죄에 대한 사법처리는 고사하고, 익산시나 전라북도가 이 업자에게 골프장 운영수익을 더 올리도록 사업기간을 연장해 줘야 한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근거하는 것인가.

행정심판 결과가 익산시민들에게 과잉피해를 강요하여 비례원칙을 어겼다면, 행정심판위원회는 누가 심판 할 것인가.  

고도익산, 재설계를 요청한다.

유명무실한 '고도 익산'에 대한 숙고가 절실한 시점이다. 익산이 '고도'로 지정된 것은 문화산업인프라의 가치와 그 기대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지만, 가시적인 현상이 미흡하고 고도의 의미가 집적화되지 못한 데 따른 요청이다. 특히 산재된 문화유적들은 도심으로부터 크게 유리(遊離)돼 도시민들의 일상을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문화산업이 발달한 지역을 보면, 그 지역의 자랑거리가 되는 문화유적이나 그 가치가 집약된 디자인들이 도시안에서 함께 숨을 쉬고 있다. 고도 익산의 분위기 조성에 전방위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익산토성과 금마도토성, 미륵산성, 낭산산성, 용화산성, 어래산성 등 10여개의 성곽을 연결해 '마한백제 성곽길'을 조성하는 것은 익산시만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익산의 관문인 KTX 역사와 그 주변을 고도 익산의 랜드마크로 부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역사유적과 익산시의 전통산업 또는 성장동력산업을 연계시키는 스토리텔링 작업도 절실하다. 현재 시도 중인 미륵사 석탑과 석재산업, 마한·백제 왕도로서의 화려함과 보석산업을 연계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또, 문화유적들을 주제별로 묶어 특화시키며, 연상효과를 노리는 관광루트 개발이 필요하다.
이같은 고도 익산의 재설계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과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문화인프라확충에 쓰여지는 재원은 당장 효과를 드러내지 않고, 가시적인 효과가 미미하지만 중단없는 투자가 이행되어야 결국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진정성 있는  '고도 문화의 도시 익산'의 재설계를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