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로연수제도가 인력과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민선자치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90년대 도입된 이 제도는 정년퇴직을 앞둔 공무원이 1년 이내의 기간을 두고 퇴직 후 생활을 설계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출근 하지 않고 일도 않지만 수당 등을 제외한 급여는 지속적으로 제공된다. 익산시는 5급 이상의 공무원에게 주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공로연수제도는 정년퇴직을 앞둔 당사자가 억지로 은퇴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어 환영받지 못할 뿐더러 행정력과 예산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현행 공무원 급여기준으로 보면 공로연수자들이 일 하지 않고 받는 급여는 중견기업 간부직원 수준으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어떤 민간기업도 이런 황당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명퇴면 명퇴 정년퇴직이면 정년퇴직인 것이지 공로연수제라는 것은 익산시민들에게 매우 낯선 제도다. 적당히 먹을 것을 주고 산 속에 버리는 현대판 '고려장'같은 음습한 느낌마저 든다.

더욱이 공무원의 급여체계는 독재정권을 지나 문민정부서부터 서서히 인상돼 중견기업 수준으로 향상됐고, 오래 전 기피대상이었던 공직은 이제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으로 선호받고 있는 상태다.이런 상황에서 돈은 돈대로 낭비하고, 인력은 인력대로 써 먹지 못하는 공로연수제도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납득할 수가 없는 것이다.

공로연수제를 시행하면 퇴직 예정자들의 자리를 하위직 공무원이나 후배 공무원이 메우면서 승진할 수 있고 인력이 줄어든 만큼 젊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공무원 뿐만 아니라 직장인 모두에게 승진은 삶의 활력소가 되고 성취동기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젊은이를 채용함으로써 조직의 활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승진과 조직의 활력을 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시민의 혈세와 인력을 낭비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조직의 활력은 승진과 젊은 피 수혈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공복으로서 봉사하고 시민들로부터 존경받으려는 공무원의 마음가짐에 있다. 지금까지 20년 가량 공로연수제가 실시됐지만 활력이 증진됐다거나 복무 자세가 개선됐다는 징후는 찾아볼 수 없다.

특히 민선자치시대에 공직자들은 더 질 좋은 공공서비스를 요청받고 있지만 공조직은 여전히 피동적이며 아직도 많은 변화가 요구된다는 게 국민과 시민의 정서다.

극소수 공기업 직원들이 누리는 복지혜택을 누리려 한다면 애초부터 공직에 몸 담지 말았어야 했다.

인력과 예산을 절감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다. 공직자 내부의 조직문제를 시민들의 부담으로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공로연수기간을 대폭 줄이거나 공로연수제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 실행해야 한다고 본다.
유스호스텔, 원불교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익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유스호스텔 건립 사업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 14일 전라북도 감사관실 자체심사위원회가 익산시의  '유스호스텔 위탁관리자 선정 재심의 요청'에 대해 행정행위가 적법하지 않다며 기각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처분에 따라 사단법인 삼동청소년회의 위탁관리자 선정이 무효화 됐고 익산시는 위탁관리자를 다시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익산시는 유스호스텔 건립사업을 추진해 오면서 부적격 위탁사업자인 사단법인 삼동청소년회로부터 부지를 이미 기부체납받은 마당이다. 게다가 익산시는 그 부지에 착공신고까지 완료해 이미 사업이 중반을 넘어선 상황이다.

문제의 핵심은 이 유스호스텔 건립사업 절차가 위법·부당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익산시는 절차상 하자를 끌어안고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익산시의 이러한 무모한 행보는 원불교 재단의 직·간접적 압력에서 기인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초래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만약 그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원불교의 입장이 중요하게 됐다. 도덕을 최고의 신념과 가치로 내걸고 있는 종교단체가 위법·부당한 행정행위를 계속 종용할 것인지, 아니면 종교단체의 도덕성에 조금의 흠집도 남기지 않기 위해 익산시에 사업을 반려하고 원천적으로 물러날지 결단할 일만 남아 있다.

옆에서 듣건데, 원불교의 소태산 교조는 도덕을 정의할 때 도와 덕으로 나누어 무슨 일이나 떳떳이 행하는 것을 도라 했다.

원불교의 교리와 정면으로 배치되어 진행된 현재의 상황은 분명 원불교로 하여금 심각한 정체성 붕괴 위기에 처하게 할 것이 분명하다.

도덕을 선택할 것인가, 위법을 선택할 것인가. 원불교는 양자 택일의 기로에 서 있다.익산을 대표하는 종교단체이자, 우리나라 4대 종교 가운데 하나인 원불교는 깊은 도덕적 성찰을 통해 이 사안을 결정해야 한다.

종교지도자는 곧 세상의 지도자이다. 원불교의 지도자는 물질과 정신영역에서 주어진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할 소명을 부여받고 있다. 익산시민들은 원불교의 과감한 결단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