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이 과학기술원의 전북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평화당에서 활동하는 박주현 의원이 전북과기원 설치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으며 당 대표가 된 정동영 의원 역시 총력을 기울여 과기원을 유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평화당이 모처럼 도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일을 하는 것에 박수를 보내 마땅하지만 못내 찜찜한 뒷맛이 남는다. 전북과기원을 유치하는 장소에 관해서다. 익산 유치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시민들은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힐까 걱정부터 앞서는 분위기다.

박주현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전북과기원의 익산 유치를 누누이 약속했다. 정헌율 시장 선거사무실 개소식에서 “지금 전라북도에 중요한 기회가 하나 있습니다. 익산입니다”라고 말하며 과기원의 익산역 인근 유치를 약속했다. 평화당 임정엽 전북도지사 후보도 과기원의 익산 유치를 공약했다.

그런데 현재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말을 들여다보면 익산이라는 말이 쏙 빠졌다. 그 대신에 군산 GM공장 및 조선소의 폐쇄 및 경제위기를 전북과기원 유치의 명분으로 삼는 분위기다. 마치 전북과기원의 유치가 군산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수단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박 의원이 군산시 출신 비례대표 의원이라는 것도 그러한 예측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 선거에서 익산시민들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평화당 시장을 선택했다. 약속대로라면 전북과기원은 익산을 중심으로 세워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석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다.

지역이기주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을 뜻을 대변하는 의원의 무책임한 입장 변화 때문에 불필요한 지역감정이 부추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본인이 약속한 대로 진행하면 될 일을 뒤엎어 갈등의 여지를 만드는 것은 시민의 대변자로서 가장 피해야 할 일이다. 피치 못해 그래야 한다면 설득부터 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평화당 소속인 정헌율 시장도 그 약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 시장은 선거에서 KTX익산역을 수호하겠다는 이슈로 재미를 봤다. 그렇다면 익산에 유치하기로 약속된 전북과기원이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는 것에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