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진퇴양난에 빠진 모현 우남아파트의 해법을 장외에서 풀어보겠다고 한다.

최근 제정된 '익산시 공론화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익산시의회 추천 시의원, 분야별 전문가, 지역 현안에 밝은 주민대표 등으로 구성된다.

붕괴 우려가 있는 건축물이라며 긴급대피명령을 내린 이래 5년 동안 익산시가 시도했던 여러 해결책이 물거품이 되자 선택한 방안이다.

그런데 모현 우남아파트 문제를 낳은 것은 익산시다.

일부 아파트 거주 주민들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라 단체장이 독단적으로 긴급대피 명령를 내린 게 그 원죄다.

거주민 103세대 가운데 53세대만 아파트를 비우고 이주한 사실이 그걸 방증한다.

50세대는 그 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아무런 불편 없이 살고 있다.

문제 해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갈등구조가 당초에 형성된 것이다.

또한 이는 익산시가 사전에 긴급대피명령의 당위를 검증하지 않았다는 걸 방증한다.

또한 실효적인 사후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주민들 일부를 강제 이주시켰다는 것을 방증한다.

익산시는 긴급대피명령 직후 재개발을 추진했지만, 사업성이 없어 민간사업자가 나서지 않아 무위에 그쳤다.

긴급대피명령을 내린지 1년이 지난 뒤에야 건축물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용역비 6,700만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자 예산을 불용 처리했다.

2016년에는 공기업인 LH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LH 전북지역본부와 MOU를 맺는 등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그 성사 여부는 지금까지 오리무중이다.

2017년 10월께 추진됐던 국토교통부 도시재생뉴딜 사업 공모 역시 필수 전제조건인 '감정평가에 의한 매입 동의'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모현우남아파트 사태는 익산시가 이주비용 등 예산을 낭비하고도 주민들에게 피해만 안긴 채 해법 부재의 상태를 부른 졸속행정의 표본이다.

그런데 익산시는 이제와서 외부에 문제 해결을 맡겨보겠다는 것이다.

공론화위원회가 자문기능에 그치지만, 갈등과 반목으로 겉도는 거주·이주 주민들 간 이견을 좁혀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하지만 그것이 별 무소용이라는 걸 익산시는 지난 5년 동안 확인해 왔다.

공론화위원회 발족은 빙빙 돌며 차일피일 시간을 보내겠다는 책임회피의 발로가 아닌가를 의심케 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해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익산시가 긴급대피명령 자체의 잘못을 인정하고 긴급대피명령을 해제하는 길이다.

더불어 행정력 낭비와 예산 낭비를 초래한 관련자들을 형사 고발하고 구상권 행사가 뒤따라야 한다.

다시는 이런 터무니없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