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헌율 시장이 이상하다.

'위탁업체 선정시 공개경쟁(일반입찰)을 원칙으로 한다'고 평소에 거듭 강조해 오던 그가 청소업체 선정 과정에서 익산시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계약방식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공개경쟁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결재서류를 수차례 반려하다가 담당부서에서 최후에 제시한 안을 채택한 결과다.

담당부서장은 정 시장에게 다른 뜻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익산지역 내 공개경쟁 대상업체들은 뻔하다. 전부 4개 업체다.

그런데 공개경쟁을 못하게 하는 것은 정 시장이 공개경쟁에는 부적격한 특정업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담당부서 사무관은 심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명퇴 신청을 했다.

이달 말에 수리될 예정이다.

부서장의 자퇴 직후, 부서 안팎에서는 정 시장이 해당부서에서 계장을 과장으로 승진시켜 목적을 관철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본지가 즉각 취재에 착수한 이유다.

정 시장은 실제로 지난 13일 해당 부서의 공무직렬 계장을 과장 직무대리로 발령했다.

그런데 정 시장은 논란이 될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을 채택하면서도 기존 4개 업체와 같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 허가를 온전히 득한 업체들만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자격기준을 택하면서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해당부서 사무관이 명퇴 신청을 하고 본지가 취재에 돌입하자 부담을 느끼고 후퇴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그 하나이고, 법에도 없는 '협상에 의한 계약'의 선례를 남겨 다음을 기약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그 하나다.

지역 내 4개 업체와 계약하려면 담당부서장이 계속 제시했던 공개경쟁입찰로 했으면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랬다면 업체 선정이 3개월간 공전될 이유가 없었고, 부서장이 명퇴를 신청할 까닭도 없었다. 참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고 해서 도덕적 형사적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사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안을 극단적으로 몰고 가서 바르고 유능한 공무원을 사직케 했다면, 그 책임은 시민들 앞에 막중하지 않을 수 없다.

신뢰가 없으면 설 수 없다고 했는데, 무슨 낯으로 시장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겠는가.

시민들 앞에 석고대죄하고 져야 할 책임을 자청해야 할 엄중한 국면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