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의 일이다. 익산시장실은 한 남자의 호통으로 쩌렁쩌렁 울렸다. 조규옥 전방 회장이었다. 그는 의정활동 과정에서 익산3일반산업단지 투자보조금 문제를 지적한 손문선 익산시 의원을 불러다 놓고 핏대를 세우고 있었다.

시장은 이 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익산시의회 의장은 어쩔줄 몰라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조 회장은 장시간 고성으로 불만을 쏟아냈다. 핵심은 일개 시의원이 투자보조금을 운위하며 투자기업의 비위를 상하게 하는 것은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는 점이었다.

손문선 의원은 앞서, 익산시가 산단 입주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보증금을 받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전방이 분양대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고 입주한 뒤에 익산시와 전북도의 투자보조금을 받아 대금을 지급하는 조건의 특약을 체결하는 것은 위법할 뿐만 아니라 특혜 논란을 낳을 수 있다며 시정을 촉구했다.

익산시장실의 소동은 조 회장이 손 의원을 질타하고, 모욕하고, 협박하는 촌극으로 빚어졌다. 이런 식으로 하면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조 회장의 말 앞에서 시장은 침통한 표정이었고. 의장은 경솔한 동료 시의원의 실수에 대한 이해를 구하며 대신 사과를 거듭했다.

손문선 의원은 정당한 의정활동을 하고도 죄인이 되었다. 산단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세수 증대의 기치 아래 조성됐고, 막대한 부채가 투입됐다. '기업유치'가 무엇보다 우선되는 가치였다. 결국 조 회장의 횡포는 성공한 포석이 되었다

전방은 4년 동안 1차 투자에 따른 공장 및 설비를 갖춘 뒤 익산시가 지원한 투자보조금 27억원과 전라북도가 지원한 21억원 등 48억원을 받았다.

분양대금은 총52억원을 지급했다. 이로써 4만2,000여㎡의 공장 부지를 고작 4원에 매각한 꼴이 되었다.

그런데 전방은 당초 익산시와 협약한 '17만9,000㎡ 부지에 총 2,030억원을 3차에 걸쳐 투자하고 1,200명을 채용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 바람에 13만7,000㎡의 미투자 부지가 9년 동안 전방에 묶였다. 익산시는 이로 인해 조성비에 따른 이자를 부담하는 등 부지 미활용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됐다.

게다가 익산시는 지난 1월 중순 공식적으로 투자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전방의 투자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이 모두 허사가 된 것이다. 익산시의 전방에 대한 특혜의혹을 조사한 전북도 감사관실은, 익산시와 전방간 맺은 협약은 위법하다는 결론을 냈다.

매각대금 중 80% 이상 납부한 후 토지사용승낙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초 계약보증금뿐만 아니라 중도금이나 잔금 등 분양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차후 투자보조금을 받아 전환하기로 하는 특약을 맺어 토지사용승낙을 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책임진 사람도 없고, 손실을 보전할 생각도 익산시에는 없다.

전방의 부도덕성은 차치하고라도, 익산시의 무능하고 뻔뻔하고 무책임한 행태가 다시 한 번 부각되는 순간이다. 전방에 대한 익산시의 경험이 과연 약으로 작용할 지 아니면 독으로 작용할 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