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지난 20일 익산 장점마을 건강영향조사 실시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골자는,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에 인근에서 가동됐던 비료공장이 영향을 준 것으로 조사됐지만 인과관계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조사결과를 보면, A비료공장은 발암물질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이 함유된 담뱃잎 찌꺼기(연초박)를 원료로 혼합해 유기질비료를 생산했다. 불법이다. 또 비료 생산 과정에서 연초박을 건조하는 공정이 있는데 이 때 수분이 휘발되면서 대기 중에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라는 발암물질이 발생한다. 그런데 방지시설 관리도 허술했다.

건조과정 중 휘발되는 연초박 내 각종 발암물질이 작업장 내부뿐만 아니라 대기 중으로 배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A비료공장의 비료 원료의 총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농도는 유사공정 업체의 농도보다 무려 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심집진기 내부와 백필터 뒤에서 고농도의 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검출됐고, 사업장 내 침전먼지에서는 원심집진기 내부보다 4배가량 더 고농도의 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검출됐다.

또 비료공장 내·외부 모두 담배특이니트로사민이 검출돼 공장 주변이 담배특이니트로사민으로 오염됐다는 것도 확인됐다.

토양 내 중금속 조사에서는 세정탑 주변 과거 굴뚝 지점에서 토양오염우려기준(3지역 공장용지)을 적용한 결과 니켈이 1,511mg/kg 검출돼 기준치 500mg/kg를 약 3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점마을 침적먼지의 담배특이니트로사민을 분석한 결과 비료공장 인접 주택에서 680.5㎍/kg로 가장 높은 농도가 검출됐고 약 1km 떨어진 마을회관 인근 지점에서는 643.3㎍/kg가 검출됐다. 담배특이니트로사민이 먼지와 결합돼 대기 중으로 확산되면서 거리와 관계없이 마을 주민들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 침적먼지의 중금속 분석 결과에서는 니켈의 경우 마을 전체가 같은 농도에 노출되는 군집으로 판단됐고, 장점마을이 다른 대조지역에 비해서 중금속 노출이 유의하게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현재의 지표로 과거의 특정지점을 추정하는 역학조사 결과, 2009년과 2015년 사이 담배특이니트로사민 흡입 노출에 의한 초과발암위해도가 '위해관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고, 담배특이니트로산 중 NNK 흡입 노출 초과발암위해도는 2009년 지점에서도 '발암성위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점마을 주민 건강검진 결과에서는 알레르기 관련 이상 소견자나 혈중 납 평균 농도가 통계적으로 대조군과 유의하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부검진 결과 유해물질 등 원인노출 인자로 인한 피부질환 의심대상자가 14명으로 대조지역 3명보다 높게 나타났다. 인지기능검사에서도 인지기능 저하를 보인 경우가 57.7%로 대조지역 31.4%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

전국 대비 장점마을의 암 표준화 발생비 분석 결과에서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모든 암이 2.05배 높게 나타났다.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2.22배를 기록했고, 피부암은 무려 21.14배, 담낭 및 담도암은 16.01배(남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같이 비료공장이 주민들의 암 발생에 영향을 준 개연성은 인정하면서도 인과관계를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감기가 짧은 인체를 전제로 공장 가동 중단 후 1년이 넘은 시점에서 조사가 이뤄졌다는 한계점을 내세웠다.

장점마을 주민들의 몸 안에서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이나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등 오염물질 노출 관련 생체지표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원인'과 '전이', '피해'라는 3대 인과관계의 요건이 충족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인과관계를 공식적으로는 확인해 줄 수는 없다는 자가당착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비료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지 1년여가 지난 뒤에 진행된 주민 건강영향조사다. 주민들의 생체에 발암물질이 잔류하느냐의 여부가 인과관계를 결절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마지못해서 역학조사에 착수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환경부가 취하고 있다고 보는 이유다.

대한민국의 국민 건강을 총괄하는 환경부로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맹성이 촉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