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 서 봐. 복싱선수는 미스코리아보다 거울을 보는 시간이 많다. 왜냐면 네가 싸워야 할 상대가 바로 거울 안에 있기 때문이야. 앞으로 네 눈앞에 서 있는 그 사람하고 싸우는 거야. 딱 한 사람만 이기면 된다고."

비운의 복서 김득구를 그린 영화 '챔피언'에서 방황하는 청춘 김득구에게 김현치 관장이 한 말이다. 술에 취해 남에게 행패를 부리다 유치장 신세를 진 김득구를 데리고 나오는 중이었다.

남에게 함부로 주먹을 날리기 전에 거울 앞에 서서 자신에게 주먹을 날리라는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김 관장이 던져 준 이날의 지표는 김득구를 동양챔피언 자리에 오르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동양챔피언 김득구는 거울에 비친 그 한사람을 이긴 사람이다.

거울을 자주 봐야 할 사람이 비단 권투선수만은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은 나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싸움이 나를 이기는 것이다. 눈이 있어도 눈썹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의 결점을 모른다.

거울이 필요한 이유다. 버려야 할 것 혹은 보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면 거울을 보아야 한다.

소통신문은 2019년 7월 1일자로 지령 500호를 발행했다. 기자들이 매 순간 거울 앞에 서고, 매호 인쇄 된 신문을 또 기자들의 거울로 삼은지 벌써 500호를 맞이한 것이다.

그래서 조금 더 긴장하게 된다.

우리는 거울과 역사와 사람 앞에서 떳떳한가를 질문하게 된다.

우리의 신문은 천편일률의 한 조각에 불과한가, 아니면 존재의 소임을 나름은 다했는가를 묻게 된다.

'취재했으면 써야 한다', '기자는 기사로써 말한다', '기자는 기사로써 자기 존재를 확인한다'는 불문율을 잘 지키고 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관점이 균형을 잃지 않았는지 숨을 죽이고 살피게 된다.

오늘도 겸허하게 '독자'라는 거울 앞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