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사 관련 정헌율 단죄론’의 기점은 1,110억 원에 달하는 청사 건립비 전액을 익산시가 직접 부담하고 있는 현재다. 6년 전 그가 ‘국가공모(공공건축물 리뉴얼)사업을 따내 익산 시비를 별도로 들이지 않고 청사를 짓게 됐다’라고 한 발표내용의 허구성을 비추는 직접 증거다.

2018년 초 그 발표 이래 6.13 지방선거까지 정헌율 시장은 국가공모사업의 지배력을 앞세워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렸다. 국가가 개입하고 담보하는 사업이라는데 누가 추호라도 의심하겠는가. 그러나 법상 지방청사 건립비는 지자체가 전액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전·현직 담당 공무원들에 따르면 익산시는 그와 같은 사실을 예의 국가공모사업 선정 당시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정 시장이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날조한 허위사실(익산시 돈 안 들어가)로 익산시민을 고의로 속였다는 걸 단적으로 반증한다. 관련 공무원들은 거기에 조직적으로 동조했고, 그 이득은 오직 정 시장이 취했다.

정 시장이 본 이득은 산술적으로 나타낼 수 없다. 하지만 “중앙인맥을 동원해 국가공모사업을 따냈다”라는 그의 전방위적인 과시와 그가 말하는 “50년 익산시민의 숙원사업 해결”이라는 기념비적 사건, ‘1천억이 넘는 막대한 신청사 건립비 해법’이라는 성과는 그가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될 만큼의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책무를 내팽개친 익산시

지방선거 이후 익산시청사 건립사업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위탁사업자인 LH는 사업 전 단계 절차로 시늉만 냈을 뿐 신청사 건립에 착수조차 하지 않았다. 국가는 개입하지 않았고, LH의 선투자를 전제 조건으로 하는 익산시와 LH간 협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의 담보를 차치하더라도 기관 간 협약은 위약 책임을 지우는 것이 기본인데, 익산시는 LH의 책임을 묻기는커녕 신청사를 직접 건립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LH의 책임을 면제해줬다.

국가공모사업이 정한 파트너십에 따라 LH가 선투자해 신청사를 건립할 경우 LH에서 조달해서 쓴 사업비를 익산시가 추후 상환해야 하는데, LH의 조달 기금 이자 2.92%보다 낮은 빚(주택도시기금 2%)을 내서 청사를 건립하는 게 경제적이라는 이유를 달았다.

하지만 이 0.92%의 이자 절감은 LH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결과를 낳았다. 신청사 건립책임에서 벗어난 LH는 구)경찰서 부지개발 수익 창출 책임을 ‘경기불황’ 핑계를 대면서 이행하지 않다가 결국 사업 종결을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협약당사자의 권리를 포기한 익산시는 LH에 대해 어떤 제재수단도 선택할 수 없다.

국가공모사업(공공건축물 리뉴얼)을 폐기처분한 익산시의 배임 책임은 결코 적지 않다. 특히 익산시는 LH에 타당성조사용역비 2억8천만원을 주고도 일부만 돌려받아 추가적인 배임 논란이 불거졌다. 익산시 담당자에 따르면 익산시가 돌려받은 돈은 5천만원~8천만원이다. 최소 2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협약당사자 LH가 목적에 사용하지 않은 돈을 이자를 쳐서 돌려주지는 못할망정 70% 이상을 떼고 돌려준 것이다.

1타 3득

결과를 놓고 보면 정헌율 시장은 국가공모사업 상황극으로 1타 3득의 효과를 거뒀다. 그가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게 그 하나이고, 과거 이리시와 익산군이 통합 합의서에 담았던 ‘북부지역에 행정타운 조성’ 협약을 ‘현 청사를 리뉴얼’한다는 국가공모사업공모 요강 뒤에 숨어 뭉갰다. 신청사 위치와 관련한 목소리를 ‘50년 만에 얻은 기회’라며 틀어막은 것이다.

또 ‘익산시는 청사 건립비를 별도로 들이지 않는다’라는 공모 요강을 앞세워 시민들에게 신청사 건립 찬반 의견을 일절 묻지 않았다. 나아가서는 신청사 건립비 1,110억원 전액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익산시는 이와 관련한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았다.

국가공모사업 선정이라는 호들갑에 미혹되었던 시민들의 상실감과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익산시민들 사이에서는 지방자치의 본래 의미가 반추되고 있다. 단체장을 선출직으로 정한 주된 이유가 ‘일방통행하는 행정관료의 한계 타파’라는 점을 상기한다. 자치단체를 잘 경영할 진짜 인물을 눈을 부릅뜨고 가려야 한다는 점을 뼈에 새긴다.

정헌율은 무엇보다 전문가의 위험성을 몸소 입증했다. 사례는 차고 넘친다. ‘선거에서 상대방을 이기려면 거짓말이 불가피하다’라는 게 그의 태도다. 그의 이름은 전문가를 가장한 고도의 연금술사로 회자된다.

신청사 건립비 파동을 놓고 보더라도 시민들은 국가공모사업의 공신력을 의심하지 않았고, 국가가 담보하므로 잘못될 리 없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정해진 대로 진행될 것을 추호도 의심치 않았다.

“정헌율 시장은 익산시민의 혈세 1,110억원으로 시장직을 훔쳤다”라는 격앙된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편집국장 공인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