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정세현 총장 취임 이후 원광대학교는 도전과 변화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10년 전 30위권이었던 대학평가에서 지난해 70위권으로 밀려나 개혁이 시급했던 데다, 최근에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정부재정과 학자금 대출이 제한되는 대학으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비록 교과부가 대학평가에서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수도권과 지방에 동일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원광대는 그동안 내부에서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어 왔다.
재단의 지원과 등록금 인상, 대학기구가 직원들에게 제공한 안정된 일자리로 인해 부지불식 간에 너나 할 것 없이 조직이 경직되고 급변하는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을 거부하는 몸짓으로 비쳐졌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위기는 또 다른 기회다. 이번 평가로 대학의 이미지는 실추됐지만 어차피 이 정도의 파고는 넘어서야 할 판이었다.

취임 때부터 정 총장이 계획했던 '원광대의 세계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충격과 인내가 필요했었다.

정 총장을 비롯한 몇몇 인사들만이 중심이 돼 개혁을 추진하는 데는 엄연히 한계가 있고, 개혁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외부로부터의 충격은 내부 구성원 전체를 '변화의 물결'에 동참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

하지만 원광대의 개혁과 아울러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은 원광대를 바라보는 익산시민의 인식 변화다. 많은 시민들이 원광대를 걱정하면서도 방관자적 시각을 갖고 있다.

재학생 절반 정도가 타지 출신인 원광대 학생들을 단지 상권 활성화 및 돈벌이 수단쯤으로 여기는 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이제 시민들은 원광대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지역과 원광대가 동반성장하는 길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대학 역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원광대는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지속적인 자기성찰과 검증이 부족했다며 학생과 동문, 지역사회에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도 했다.

시민들은 이런 태도가 정 총장 뿐만 아니라 교직원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 모두의 마음이라고 믿는다.

원광대가 개혁 로드맵을 마련한 만큼 학내 구성원이 합심해 조속히 명문사학으로 거듭날 것을기대한다.

익산시장의 결단을 환영한다

이한수 익산시장이 최근 큰 결정을 내렸다. 기존 계획했던 일반산업단지 진입도로 입찰방식을 대안입찰에서 기타공사방식으로 변경했다. 200억원 가깝게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데다 특혜 시비로부터 익산시가 자유롭게 됐기 때문에 환영하지 않을 수 없는 결정이다. 

대안입찰은 발주기관이 1차 설계를 한 다음 건설업체가 1차설계에 대한 대안설계를 제시한 후 시공까지 맡는 방식으로 설계비 중복 및 업체담합, 높은 낙찰률에 따른 예산낭비, 설계심의위원 매수 등의 문제가 따른다.

반면, 기타공사방식은 최저가낙찰제로, 다수의 건설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경쟁하는 제도다. 설계비의 중복이 없고 경쟁입찰로 인한 담합이 불가능하다. 또한 경쟁입찰로 인해 특혜 시빗거리와 건설업계 로비 차단도 가능하다.

지난 8일, 전라북도 건설기술심의위원회는 익산일반산단 진입도로 입찰방법을 재심의, 예산절감을 이유로 최저가입찰 방법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청한 익산시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 같은 배경에는 예산을 절감하고 대안입찰로 야기되는 특혜시비와 공무원들의 비리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이한수 시장의 고심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산단 진입로는 사업비는 총 1천808억원인데 국비 912억원, 시비는 896억원이다. 순공사비는 1천649억원이 소요된다. 이 일반산단 진입로 공사는 올해 도내에서 발주되는 토목공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여서 관련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때문에 업계의 로비가 심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른 특혜 시비가 불거질 것이 불보듯 뻔했다.

또한 익산시는 현재 각종 부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 있다. 지방재정자립도 역시 낮아 한푼이라도 절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같은 품질의 공사라고 한다면 당연히 최저가입찰 방식을 통해 예산을 낮춰야만 한다는 것을 이한수 시장은 절실하게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절감되는 200억원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 1인가구 한사람이 국가에서 정한 최저 생계보장비로 현금 급여 기준 43만6,050원 기준으로 할 때 4천명이 1년 동안 먹고 살수 있는 비용이다.

크든 작든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대안입찰로 심의 의결 공고를 한지 불과 9개월 만에 번복하는 결정이었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시민의 세금을 절감하고 시와 시민들에게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일이라면 익산시장은 지금과 같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