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루(박서영)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 안내자.

스무 살 무렵 늦은 성장통이 시작됐다. 그때부터 그림책을 읽었다. 성장기에 읽은 책을 다 합해도 그 시기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림책 속에서 기쁨과 슬픔의 여러 이름들을 알았다. ‘사는 게, 세상이 다 그래’라는 말을 밀쳐놓을 힘도 얻었다. 비혼이고 고양이 탄의 집사이며 채식을 지향하고 식물을 돌보며 산다. 예전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차를 우리고 요리를 하며 다양한 분야의 아마추어로 살았다.

가장 오래 한 일은 15년 남짓 아이들과 책을 읽고 글을 쓴 것이다. 지금은 어른들과 그림책을 읽고 문장을 쓴다. 세 조카와 언젠가 태어날 그들의 아이들에게 재밌고 이상한 이모이자 할머니가 되고 싶다.

◈ 독자들의 한 줄 생각 & 한 줄 느낌

· 고양이를 키우지 않고, 고기를 좋아하며, 기혼인 내가 읽어도 충분히 재밌고 공감 가는 책.

· 그저 좋다는 말로 얼버무리기 싫은 아름다운 책.

·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샀는데‥. 정말 좋았어요.

· 삶을 꿈꾸게 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 다채로운 개인을 향한 발걸음,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 뭐라 말할 수 없이 좋아요. 많은 생각이 들게 하고 감동적인‥. 추천합니다.

· ‘정상 이데올로기’에 갇혀 그것이 답인 것처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

· 호호 할머니가 되고 싶은 나에게 너무나 찰떡이었던 책.

◈ 책 속에 밑줄 긋기,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 루이즈 부르주아의 그림책은 한 여인이 어른으로 살아온 긴 시간의 흔적들을 재료삼아 만들어졌다. 그 손은 오래된 것들을 쉽게 버리지 않는 손이고, 때로는 그것들을 모두 꺼내 과감히 자르는 손이며, 끝내는 섬세하고 다정하게 깁고 이어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낼 줄 아는 손이다. 나이 든 어느 날의 내 손이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손이기도 하다. 오래 품고 있던 생각들을 천 삼고 아끼는 그림책들을 실 삼아 썼다. 쓰는 동안 나의 쓰기가 할머니의 바느질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모험은 내가 아닌 방식으로 나를 살아보는 일이다.

· 경험은 한 번도 열지 못한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때마다 세계가 한 칸씩 넓어진다. 새로운 문이 열리면 세계의 모양도 크기도 달라진다.

· 지난 몇 년 나는 어른들과 그림책을 읽고 문장을 쓴다.

그전에는 오랫동안 아이들과 온갖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보다 더 오래전에는 책을 별로 안 읽었다.

책 안 읽는 아이와 책으로 일을 하는 어른 사이에 무엇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그림책이 있다.

◈ 책 소개

· 모두가 정상으로 여기는 삶에서 비껴 나 현실보다는 이상을 사는 듯한 조금 이상한 사람. 비혼 여성으로, 프리랜서로, 고양이의 집사로, 채식 지향주의로, 그림책 읽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저자 무루가 자신의 삶과 그림책을 엮어 첫 에세이를 내놓았다.

그림책은 비교적 단순한 그림과 짧은 글이 만들어내는 작은 목소리로 삶 안팎에 크고 깊은 파장을 일으키곤 한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의 안내자이기도 한 그는 한 권의 그림책을 읽는 일을 “한 번도 열어보지 못한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에 빗댄다. “그때마다 우리의 세계가 한 칸씩 넓어진다”라고 말이다. 이 책은 세계의 언저리를 사는 존재가 ‘이상하고 자유로운’ 자신의 본성대로 살기 위해,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은’ 삶을 완성해 나가기 위해, 그림책을 읽고 부단히 세계를 확장해온 어른의 성장 기록이기도 하다.

그의 지도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세계도 한 칸, 어쩌면 여러 칸쯤 더 넓어진 것만 같다.

◈ 은랑생각

· 제목에 이상하다는 표현을 왜 썼는지 정말 궁금했는데, 사회라는 기준과 보편적인 통계수치에서 비혼인 자신, 자식이 없는 자신, 독거노인이 되겠다는 조금은 이상해 보일 수 있는 작가 자신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비혼을 선택했고 독거노인이 되기를 선택했기에 자유로울 수 있는, 그런 이사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당당하게 완성시켜 나가고 계신 듯 보였기에 어떤 부분은 공감하고 어떤 부분은 공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분명한 건 부러웠다는 거다.

더 나아가 이 작가의 내일을 조용히 응원하고 싶어졌다.

반면 유자녀에 기혼인 사람이 시간이 흘러 손주, 손녀를 보게 된 할머니, 할아버지라면 한편으로는 절대 이상할 수도, 자유로울 수 없을지 모르겠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것들의 일정 부분을 포기하고 사는 삶에 익숙한 어른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으르지 못하고 여유롭지도 못하며 때로는 필요하다면 가족을 위해 세상과 타협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는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 귀여운 할머니라는 어감이 좋아서 나 또한 그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우연히 마주친 이 책에서 내가 상상했던 귀여운 할머니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아 선뜻 책에 손이 갔다.

그림책 안내자답게 모든 글 안에 그림책이 함께 나온다.

동화라는 어쩌면 단순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작은 지혜들이 숨어있다는 것을 작가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 고독을 즐기면서도 세상과 이어지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작가의 사람다운 모습이 좋았다.

제아무리 고독이 자유롭고 편안하다 해도 결국은 서로가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간이기에, 타인과의 연결을 소홀히 여기지 않는 태도, 세상은 나만 살아가는 곳이 아님을 아는 마음이 아름답다.

그래서 나도 매일 문밖을 나서며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같은 책에서도 다른 이야기를 찾아내는 즐거움이 독서의 묘미인 걸 새삼 느끼고 예전의 책들도 다시 꺼내고 싶어졌다.